[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체내 수분·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로 우리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한다.
또한 혈압 조절, 조혈 호르몬 생성, 비타민 D 활성화에도 깊이 관여한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함께 높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증상 없는 경우 많아…이상 발견 땐 이미 진행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사구체여과율(GFR)이 60mL/min/1.73㎡미만으로 감소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단백뇨·혈뇨 등 소변 검사 이상, 혹은 영상학적 이상 등 콩팥 손상의 명확한 증거가 있을 때 진단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장내과 박거늘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콩팥 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고위험군은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석 필요한 말기콩팥병 환자 10년간 60% 급증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약 7.6%에 달한다. 최근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증가, 그리고 급격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환자 수는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말기콩팥병으로 진행해 투석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연간 말기콩팥병 발생률은 2012년 1만 1472명에서 2022년 1만 8598명으로 10년간 약 60%나 상승했다. 더욱이 만성콩팥병은 단일 질환 기준으로 '1인당 소요 의료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사회경제적 부담 측면에서 암이나 뇌혈관질환을 앞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비만 환자는 고위험군
만성콩팥병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당뇨병은 사구체의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고혈압은 콩팥 혈관과 사구체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이외에도 사구체신염, 다낭성 신장질환, 반복적인 요로감염이나 요로폐색, 자가면역질환, 진통소염제 남용, 고령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만성콩팥병의 위험요인을 가진 고위험군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비만 환자나 고령자, 만성콩팥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 밖에도 단백뇨 병력이 있거나 반복적인 신우신염, 요로결석을 앓은 경우,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장기간 진통소염제를 복용한 경우도 위험하다. 이러한 고위험군은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콩팥 기능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소변량 감소 땐 콩팥 기능 악화 '위험 신호'
만성콩팥병이 진행되면 거품뇨, 부종, 혈압 상승, 숨찬 증상, 피로감, 식욕 저하, 구역감, 가려움증,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 피로나 노화로 오해하기 쉬워 방치되곤 한다. 만약 거품뇨가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거나 전신 부종이 심해지는 경우, 숨이 차거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갑자기 소변량이 감소하는 것은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므로 신속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진단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혈액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해 사구체여과율을 계산하고, 소변검사로 단백뇨와 혈뇨 여부를 판별한다. 필요에 따라 신장 초음파나 CT 등 영상 검사, 면역혈청 검사, 신장 조직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 중요…짠음식 등 피해야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는 원인 질환을 철저히 조절하고 단백뇨를 줄여, 합병증을 예방하고 콩팥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뇨병 환자는 엄격한 혈당 조절이, 고혈압 환자는 철저한 혈압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레닌-안지오텐신계(RAS) 억제제를 비롯해 SGLT2 억제제,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GLP-1 수용체 작용제 등 콩팥 보호 및 환자 생존율 개선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병이 더 진행된 경우에는 빈혈, 전해질 이상, 대사성 산증, 골미네랄 대사 이상 등의 합병증 치료를 병행하며, 말기 단계에 이르면 혈액투석·복막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준비하게 된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단백뇨가 증가한다.
단백질 섭취량은 환자의 병기와 영양 상태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야 하며, 진통소염제나 일부 한약,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은 콩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임의 복용을 절대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금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예방접종, 정기 검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박거늘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완치 개념보다는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장기 관리 질환'에 가깝다"며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원인 질환을 잘 조절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하는 시점을 획기적으로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지 말고, 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령, 가족력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미 진단을 받았더라도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관리한다면 삶의 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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