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손재곤 감독(54)이 영화 '와일드 씽'으로 올여름 관객들을 새로운 덕질의 세계로 이끌었다.
3일 개봉한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로, '달콤, 살벌한 연인', '해치지않아'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손 감독은 트라이앵글을 혼성 아이돌 그룹으로 만든 이유에 대해 "원작 작가가 혼성 그룹으로 먼저 선택을 했고, 저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그 선택이 더 좋을 것 같았다"며 "대중의 기억 속에서도 인상적인 그룹들이 있지 않나. 다만 예전에는 이야기의 흐름에 러브라인이 필수적이었다면, 요즘엔 꼭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트라이앵글 멤버들 중 엄태구는 연예계 대표 극 내향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손 감독은 래퍼 구상구 역에 그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엄태구 씨가 래퍼를 하게 된다면 재밌지 않을까 했다. 본인도 작품 선택에 신중했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무리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도, 감독이 모든 걸 책임질 순 없는 거니까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 타이밍에 본인도 기존의 연기 패턴을 바꾸고 싶어 했다. 아마 한선화 씨와 촬영했던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로 그전엔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엄태구 씨는 영화 출연을 결정한 이후에도 본인이 랩을 잘 소화하지 못할까 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했다. 스스로도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에 자주 들락날락거리면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라드 왕자 최성곤 역을 맡은 오정세에 대해서 "오정세 씨와는 다른 작품을 먼저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하고 경력이 비슷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저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오정세 씨가 코미디 연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제가 작품을 많이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보니, 타이밍이 늦어졌다"며 "오정세 씨는 그 사이에 존재감이 달라졌다. 캐릭터 배우로서 경력을 많이 쌓았고, 연기에 무게감도 실렸더라. 실제로는 처음 함께 작업을 해보는데, 매 신마다 아이디어를 내줘서 효과가 극대화된 부분이 많았다. 오정세 씨는 작품을 많이 하는 배우인데, 매 작품 이렇게 에너지를 쏟는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트라이앵글의 비주얼센터 변도미로 변신한 박지현에 대해서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캐릭터 설정상 너무 어린 배우를 캐스팅하기엔 쉽지 않았다. 그래서 20살보단 많고, 40살보다는 어린 배우가 있었으면 했다. 박지현 씨는 그 당시 가장 눈에 띄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이미지는 성숙한데, 첫 미팅 때는 학생 같더라. 굉장히 건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특히 '와일드 씽'은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을 비롯해 오정세까지 모든 배우들이 직접 가창에 참여했다. 손 감독은 "작품 제작 초기에는 강동원 씨와 이야기를 자주 했다. 강동원 씨와 같이 술을 마시면서 배우들의 노래 실력에 대한 불안함을 몇 차례 내비쳤다. 그랬더니 강동원 씨가 '감독님 노래방에 가시죠'라고 하더라. 당시 노래방에 가서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웃음). 다른 배우들한텐 노래를 불러서 카카오톡 음성파일로 전송해 달라고 했다. 감독인 저의 바람이 배우들에게도 잘 전달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라이앵글의 'Love is'와 최성곤의 '니가 좋아'는 영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손 감독은 곡 선택 기준에 대해 "그 시절 스타일과 잘 맞아야 했고, 저 역시 곡에 대한 스터디를 해야 해서 전적으로 전문가 분들에게 맡겼다. 또 전체 제작진이 곡 모니터도 해야 했다"며 "심은지 작곡가님도 곡을 잘 만들어줬다. 제가 감독으로서 걱정을 했던 건,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 곡을 미리 인지하는 게 어렵다는 거였다. 낯선 곡을 단 한 번의 극장 경험으로 마음에 들게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음악감독님과 심은지 작곡가님한테 너무 뻔한 부탁이지만, '극장에서 한 번만 들어도 곡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곡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손 감독은 "저는 사전에 데모곡도 들었고, 이미 곡을 여러 번 들은 상태여서 주변 반응을 더 모니터 해야 한다. 관객들이 어떻게 들으실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매번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저희 역시 어떠한 곡들도 쉽게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손재곤 감독은 순도 100% 코미디 영화를 연출한 이유에 대해 "요즘은 혼합 장르 영화가 많지 않나. 저 역시 코미디를 첫 번째 장르로 두고 연출한 건 오랜만이다. 그동안 써왔던 작품들은 첫 번째 장르를 다른 장르로 두고 두 번째 장르를 코미디로 뒀었다"며 "이번 영화 대본 작업을 하면서는 '나는 코미디 감독이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확실히 장르 자체가 밝으니까, 기분도 낙관적으로 바뀌더라. 코미디 장르를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안 하려고 했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현직 코미디언들을 향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손 감독은 "요즘 스탠드업 코미디를 자주 보는데, 얼마 전 '이상준쇼'를 봤다. 저도 코미디 영화를 만들 때 한 번이라도 관객들을 웃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데, 대체 저분들은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을 웃기는 건가 싶더라"며 "요즘엔 시트콤을 안 만들지만, 일주일에 5일은 시트콤이 방영될 때도 있지 않았나. 매 화 두 개의 에피소드가 교차되기 때문에, 감독들은 일주일에 열개의 스토리를 만드는 거다. 생산성을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고,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도 있겠지만 코미디 스토리를 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같다"고 감탄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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