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현장실사를 온 참가국 야구 관계자들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한다. 다른 나라 야구 관계자들에게 원정팀 라커 등 낙후된 시설을 보여주는 게 창피했다고 말했다. KBO는 일부 시설을 보완해 대회를 진행했다. 아시아 클럽챔피언 대항전인 부산 아시아시리즈는 한국이 프로야구 차원에서 유치한 첫 국제대회였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 700만명 시대가 열렸고, 올해는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 리그에 참가한다. 2015년에는 10구단 체제가 들어선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관중 700만명이나 10구단 창단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희망사항이었다. 30년 넘게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온 구단들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위상을 높인 선수와 지도자의 노력, 팬들의 사랑이 어우러져 만든 결과물이다.
|
서울시는 현재 부분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중석의 좌석 간격을 넓혀 좀 더 편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했고, 그라운드 흙과 펜스를 교체하고, 원정팀을 위한 공간을 확충한다고 한다. 개보수에 투입된 금액이 36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당장 불편함을 줄일 수는 있지만 부분적인 리모델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잠실구장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진 야구장이다. 전용야구장이기는 하지만 체계적으로 설계된 게 아니다 보니 공간이 협소하다. 팬들의 높아진 눈 높이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아쉬운대로 당장 리모델링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잠실구장은 지금 포화상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잠실구장 광고판매 등을 통해 72억2000만원, 두산과 LG로부터 경기장 위수탁료로 25억58000만원을 받았다. 프로야구를 통해 조성된 이 돈 조차 야구장 시설을 위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인 수도 서울.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에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할 수 있는 야구장이 필요한데 현실은 막막하다.
돔구장은 야구계의 숙원사업이다. 10여년 전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야구인들은 돔구장 건립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일부 기업이 나서기도 했고, 한때 서울시도 돔구장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을 대신해 아마추어 야구장으로 쓰겠다고 했던 고척구장을 야구계와 협의없이 공사중에 2만2000석짜리 돔구장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서울 서남부에 위치한 고척돔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주차장 규모가 작아 프로야구팀 홈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대다수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별다른 논의도 없이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두산, LG, 넥센 중 한 팀이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게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프로야구의 현황을 무시하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
|
서울 연고 구단 관계자는 "돔구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제대로된 야구장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야구인들의 생각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들의 편의만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잠실구장 개보수 계획을 발표하며 야구장 신축을 유보했다. 신축이 이뤄질 경우 두산과 LG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나섰는데도 이렇다. 야구인들은 서울시의 무관심에 분통을 터트렸다.
KBO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시민들의 여가활동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프로구단의 순기능을 높이 평가한다. 지자체가 프로야구팀을 지원하는 게 시민을 위한 길이라는 걸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멀리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지난달 말 대구시는 관중석 2만4000석에 최대 2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구장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또 광주시도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2만2000석규모의 새 구장을 짓고 있다. 또 10구단 창단 유치에 나선 수원시와 전북도 2만5000석 규모의 신형 야구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도시 규모나 인구 등 모든 면에서 이들 지방도시를 압도하는 서울시는 새 야구장에 대해 소극적이다.
각 지역에 산뜻한 신형구장이 들어선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의 대표도시인 서울에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필요하다. 일본 도쿄에 일본 프로야구의 심장부로 불리는 도쿄돔(4만2000석에 최대 4만5000명 수용)이 있고,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5만2000석)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할 수 있는 4만석 규모의 야구장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팬까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그런 장소가 필요하다.
서울은 프로야구의 최대시장이기도 하다. 두산과 LG는 롯데와 함께 경기당 평균관중이 가장 많은 팀이다. 지난해 두산의 좌석점유율이 76.59%, LG가 73.56%를 기록했다. 다른 지역은 새 구장이 속속 들어서는데 한국야구의 심장부 서울은 요지부동이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팬들의 수준도 높아졌고, 최근 몇년간 프로야구 경기 관람이 문화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몸집이 커졌는데도 옷이 그대로면 찢어질 수밖에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포토] 준PO 1차전,](https://www.sportschosun.com/article/html/2013/01/02/2013010301000138100007902.jpg)
![[포토] 두산 김현수](https://www.sportschosun.com/article/html/2013/01/02/2013010301000138100007903.jpg)
![[포토] 삼성팬들](https://www.sportschosun.com/article/html/2013/01/02/201301030100013810000790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