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 일본대표로 참가한 오타니의 타격 모습. 사진제공=스포츠닛폰
프로야구에서 투수와 야수를 겸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에서 두 분야 모두 재능을 보였다고 해도 프로에서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하고 한쪽에 전념하게 된다. 한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게 프로다. 양쪽 포지션을 함께 소화하다보면 체력적인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고, 부상 위험도 높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는 내셔널리그,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이따금 좋은 타격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으나, 보통 투수 타석은 상대 투수에게 쉬어가는 타순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초창기 김성한이 투수와 야수로 뛰었는데,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하거나,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경우도 있었지만 두 가지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한 선수는 없었다.
투수와 유격수 겸업. 야구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오타니 쇼헤이(19) 얘기다. 오타니는 하나마키히가시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고시엔대회 예선에서 160km 공을 던져 크게 주목을 받았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일본대표로 뽑혀 한국을 찾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영입전이 치열했는데, 고심끝에 자신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니혼햄에 입단했다. 니혼햄 구단은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가 달았던 등번호 11번을 그에게 내줬다. 올해 신인 선수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오타니다.
4일 처음으로 불펜에 모습을 나타낸 오타니는 5일 니혼햄의 오키나와 2군 캠프에서 처음으로 유격수 수비 훈련을 했다. 유격수 포지션에 들어간 오타니는 번트 시프트와 견제 사인 플레이 훈련에 참가했다. '투수 겸 유격수 오타니'가 베일을 벗은 셈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지바현에 위치한 니혼햄 2군 구장을 찾은 오타니. 사진캡처=스포츠닛폰
오타니는 동료들과 함께 훈련 일정에 따라 타격훈련까지 했다. 그를 투수와 내야수로 동시에 육성해보겠다고 했던 구리야마 히데키 니혼햄 감독의 선언은 공언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고교시절 간판 투수가 그렇듯이 타격에도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의 도전을 높이 평가하며 격려하는 야구인들도 있고, 타격솜씨를 눈여겨본 전문가로부터 차라리 타격에 집중하라는 조언까지 나왔다. 물론 적지않은 이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고 말한다.
일본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타나는 이날 훈련 중에 다른 선수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송구 미스를 하기도 했고, 허둥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내야수비의 중심인 유격수다 보니 까다로운 면이 많았을 것이다. 선배 선수들은 사인에 익숙하지 않아 혼란이 있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그를 두둔했다. 오타니는 캠프 시작 직전 한차례 사인미팅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을 마친 오타니는 일본언론과 인터뷰에서 "선배들로부터 사인뿐만 아니라 움직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즐거웠다. 타구에 맞춰 수비를 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