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쿠바야구가 '공한증(恐韓症)'에라도 걸린 걸까.
당초 양 팀은 자기 팀에서 쓰는 공을 투수들이 사용하도록 합의했다. 원래 다른 사용구를 쓰는 리그나 국가끼리 친선 경기를 할 때는 양팀 투수들이 각기 쓰던 공을 사용하도록 하는 게 야구계의 관행이다. 한국 프로팀과 미국 프로팀이 연습경기를 할 때 한국 투수들은 KBO 공인구를 던지고, 미국 투수들은 자국의 롤링스 공을 던지는 식이다. NC와 쿠바도 그렇게 하기로 사전에 합의를 했다.
쿠바가 갑자기 공을 갖고 트집을 잡은 이유는 뭘까. 애초부터 NC와 경기를 하기 싫었고, 명분을 찾기 힘드니 억지 주장을 펴서 상대가 취소하게끔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처럼 억지까지 써가면서 굳이 약속돼 있던 연습경기를 취소시킨 저의가 궁금해진다.
현지에서 분석한 첫째 이유는 전력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다. 쿠바는 지난 18일 대만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유료관중이 입장한채 경기를 했으니 각국의 전력분석원이 모두 이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TV중계는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TV만큼 확실하게 전력분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기에 대만이나 쿠바 모두 TV 중계를 꺼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쿠바로서는 NC와의 경기가 TV중계되면 1라운드에서 붙게 될 브라질, 일본, 중국은 물론, 2라운드에서 만날 한국과 대만, 호주, 네덜란드에게도 전력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꼴이 된다.
게다가 상대는 한국의 단일팀인 NC였다. 쿠바로선 한국과 2라운드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기에 사전 정보를 주기 싫어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 경기는 쿠바가 원한 것이 아니다. 쿠바의 대만 전훈을 후원해주는 CTBA(대만야구협회)에서 연결시킨 경기였다.
다음날(22일) 예정된 대만과의 연습경기를 대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게 된다. 쿠바는 지난 18일 대만과의 연습경기서 5대6으로 패했다. 19일과 20일엔 호주와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었는데 19일엔 5대3으로 이겼으나 20일엔 돌연 경기를 취소시켰다. 이어 NC와의 경기까지 취소됐으니 이틀 연속 경기를 하지 않은 것. 18일 졌던 대만과의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여기에 쿠바 팀 내부의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쿠바대표팀은 쿠바야구연맹 관계자 없이 대만에서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어떤 내부 문제가 생겼거나 경기 일정에 불만이 생겨 취소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NC의 한 관계자는 "쿠바연맹 인사들이 내일(22일)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일 대만과의 경기는 예정대로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설득력 없는 사용구 결정 문제였다. 하지만 그 밑에 숨은 쿠바의 진심이 궁금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한국에 2대3으로 석패해 은메달에 그쳤던 쿠바라서 더더욱 그 속내가 의심스럽다.
도류(대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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