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4강과 준우승의 감격에 젖어있던 한국 프로야구가 이제는 세대교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5일 대만전 승리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된 5일 "다음에 기회가 오면 꼭 이기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대표팀은 5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2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0-2로 뒤진 8회말 이대호의 적시타와 강정호의 투런홈런으로 겨우 3대2의 역전승을 거두는데 만족해야 했다. 필요한 점수차를 감안하면 타선이 일찍 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2승1패로 1라운드 B조 3위에 머문 한국 야구는 이제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 됐다. 한국은 지난 2006년 1회 WBC 4강 진출에 이어 2009년 2회 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류 감독은 이날 패배 후 "1회 4강, 2회 준우승을 이뤘는데, 1라운드에서 탈락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부담감이 상상 이상으로 컸음을 알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 전력을 구성할 수 있는 국제대회는 당장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선수들 입장에서는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번 WBC가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시험하는 단계였다면, 내년 아시안게임은 그 결실을 일궈내야 하는 무대나 다름없다.
세대교체가 지상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WBC 대표팀 28명 가운데 첫 출전 선수는 12명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올림픽과 WBC 등 주요 국제대회를 통틀어 가운데 가장 많은 '신입생'들이 참가했다. 특히 2009년 WBC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한국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밖에 엾었다. 박찬호 김병현 등 메이저리거들이 사라진데다 국내 리그에도 경기력 하락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엽 임창용 류현진 등 특급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국내리그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세대교체는 필수다. 언제까지 이승엽, 윤석민 등 몇몇 선수에게만 의존할 수 있을까. 이번 대회에서 실수가 있었긴 하지만, 노경은 박희수 등 20대 젊은 투수들의 발굴은 굉장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 부분에서는 이대호 김태균 김현수 추신수 등 베이징올림픽 이후 각 소속팀의 간판타자로 떠오른 선수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2009년 WBC에서 주전 우익수로 뛰며 만루홈런까지 터뜨렸던 이진영은 "대표팀이 이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 같다. 나는 이제 후보 선수다.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중반 손민한 박명환 배영수로 대표되던 한국 프로야구 에이스 계보는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딱 꼬집어 에이스라 부를만한 거물급 투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선발에 비해 선수층이 두터운 불펜진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차세대 주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는 신생구단인 NC를 포함해 9개 구단 단장들이 응원단을 이끌고 대만을 찾았다. 프로야구의 흐름을 이끄는 이들이 과연 무엇을 느꼈을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던 대회였다. 2000년대 이후 WBC와 올림픽을 통해 위상을 확인한 한국 프로야구가 타성에서 벗어나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할 때가 됐다. 타이중(대만)=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