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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약속은 천금보다 무겁다.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의 말을 지키기 위해 두 남자가 눈물겨운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본 선수들은 누구나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잊지 못한다. 이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은 수술 자체보다 재활이 더 고통스러워 다시는 다치기 싫다고들 한다. 그러나 재활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대로 끝이다. 선수로서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때문에 안지만과 권오준은 힘들지만, 담대하게 재활에 임하고 있었다. 이들은 나란히 10일 대구구장에 나와 동료들과 재회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 "반드시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지난 2월28일부터 하프피칭 단계에 돌입한 안지만은 이달 초 드디어 불펜피칭을 시작했다. 그리고 10일 대구구장 불펜에서 류중일 감독과 김태한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40개의 공을 던졌다. 전력 피칭이었다. 삼성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바로 경기에 뛰어도 되겠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안지만의 힘겨웠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의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지만은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또 아파서 수술하고 재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복귀 시기를 정해두지 않고, 몸상태에만 집중하겠다"면서 "지금은 불펜 피칭을 하면 다음날은 쉬는 패턴인데, 다음 단계에서는 이틀 연속 불펜피칭도 해보고 또 주자가 있는 상황을 가정해서 던져도 보겠다. 그러고 나서도 아프지 않다면 그때가 재활의 끝"이라고 말했다. 안지만은 여전히 웃는 표정이었지만, 그 뒤에는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는 사람들이 지닌 독기가 숨어있다.
세 번째 수술과 재활, '부활의 아이콘'이 된 권오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권오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술 이틀 후인 지난 1월25일부터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 STC에 입소해 재활훈련을 시작한 권오준은 아직 공을 만지지 않고 있다. 거쳐야 할 재활 과정이 많다. 권오준은 STC 휴식일인 이날 대구구장을 찾아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료들과 반갑게 재회했다. 동료들이 복귀 시기를 묻자 "13개월 남았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 내년 시즌은 돼야 권오준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권오준은 "5월까지는 근력 강화 운동에 주력하고, 그 후에 조금씩 공을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을 꼬박 재활에 매진한다는 것은 너무나 지루하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권오준은 담담했다. 이미 같은 경험을 두 차례나 겪어봤기 때문이다. 권오준은 지난 1999년과 2000년에 이미 두 차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때도 마찬가지로 길고 힘든 재활의 시기를 훌륭히 이겨냈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와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같은 부위에 세 번이나 메스를 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한 번의 수술과 재활도 두려워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이미 세 번째 그 시련과 마주한 권오준은 담담하기만 하다. 그런 권오준의 표정에서 수많은 전장을 겪어낸 진짜 '베테랑'의 풍모가 느껴진다. 그는 이미 '부활의 아이콘'이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