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첫 경기 네덜란드전. 경기 중에 해프닝이 있었다. 확연하게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어찌보면 살짝 망신살이 뻗치는 장면이 있었다.
경기의 집중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 입장에서도 그라운드 외곽에서 당장 경기랑 상관없는 인원이 움직이고 있으면 관전하는데 방해가 된다. 명색이 세계 최고의 국제대회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가 주의를 받은 것만으로도 사실 창피스러운 일이다.
경기 도중 덕아웃 옆쪽 그라운드와 야외 불펜을 어수선하게 점령하는 습관부터 고치자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규칙에 이와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다. '경기의 준비' 항목 3.17조는 '양 팀 선수 및 교체선수는 실제로 경기에 참여하거나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거나, 1루 또는 3루 베이스 코치로 나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기 팀 벤치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경기 중에는 선수, 교체선수, 감독, 코치, 트레이너, 배트보이 외에는 어떠한 사람도 벤치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KBO는 '야외불펜이 있는 구장의 경우 경기 도중 야외불펜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6명(불펜 포수-투수 각 2명, 투수코치 2명)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각 구단에 통보했다.
규정집에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실상 특별규정으로 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이같은 원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불펜 구역이 야외에 설치돼 있다는 이유로 대구, 광주구장에서 어수선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그렇다고 다른 구장들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마인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다 보면 불펜 투수나 교체예정 선수들이 어느새 슬금슬금 덕아웃 바깥으로 나와 관중석 펜스 아래서 삼삼오오 서성거리는 경우가 많다.
1, 3루 펜스쪽으로 파울 타구가 날아들었을 때 웅성웅성 모여 있던 선수들이 화들짝 놀라 타구를 피하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힌다. 하지만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야 벤치에만 앉아있자니 답답해서 자기도 모르게 바깥으로 나오겠지만 경기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면서 "때로는 정도가 심할 때면 상대팀의 시선을 교란시키기 위한 술책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O는 고충을 토로한다. "분명히 규정과 원칙을 위반한 행동이라 규제를 하고 싶지만 심판들이 일일이 간섭을 하려고 하면 경기진행이 늦어지는 등 또다른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더구나 선수들의 대기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열악한 국내 구장의 사정을 생각하면 냉혹하게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도 어렵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특히 '경기의 준비 3.17조'는 시즌 초반에는 잘 지켜지는 듯하다가 중반으로 넘어가면 흐지부지되는 게 다반사다. 시즌 열기가 한창 뜨거워질 때 규칙 위반행위가 고개를 드는 것 역시 KBO의 규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불펜구역의 '번잡현상'만 문제가 아니다. KBO는 '경기의 준비 3.17조'의 추가 [주1] 조항을 통해 대기타석에는 타석의 다음 타자 1명만 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그 다음 타자가 은근슬쩍 한켠에 서서 몸을 푸는 경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8. 9회 경기 종반으로 넘어가면 대주자, 대타 등으로 투입이 예정된 선수들이 그라운드 나와 캐치볼과 간단한 러닝을 하는 등 과장된 표현으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KBO 관계자는 "스포츠는 규칙과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작은 원칙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게 경기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O는 올시즌 각 구단에 특별히 지켜달라고 강조한 것이 '유니폼과 구단 점퍼가 아닌 사복 차림의 사람이 덕아웃에 앉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복장규정 역시 대회요강에 명문화된 것이다. 오죽하면 KBO가 이런 공문을 보냈을까 싶다. '경기중 불펜 최소인원만 나오자'는 상징적인 구호가 더욱 필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