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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이 거친 풍랑에 휘말려 휘청인다면 본격적으로 선장이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그런데 5월이 되자 팀의 성적은 계속 하락했다. 결국 KIA는 5월 한 달간 9승14패에 그쳤다. 삼성에는 3패로 철저히 당했고, SK(1승2패) 롯데(2패) NC(1승2패) 등에는 상대전적에서 뒤졌다. 한화와 넥센에만 2승1패로 앞섰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여유롭게 지켜볼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듯 하다. 5월 31일과 6월 1일에 걸쳐 홈구장에서 LG에 2연패를 당한 뒤 KIA는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며 의지를 다졌다. 선수단 스스로 뭔가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 감독이 바라고 있던 '자발적 분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KIA는 2일 LG전에서 4-0으로 앞서던 9회초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결국 연장 10회초 결승점을 내주며 3연패를 당하며 시즌 처음으로 순위가 5위까지 떨어졌다.
'단체 삭발'을 통해 의지를 다진 상황에서의 허무한 패배는 위험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자칫 선수단 내부적으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되나'하는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신감을 크게 잃게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흔히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감독이 주도적으로 선수단을 이끌어가야 할 시기도 있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감독 고유의 리더십 색깔이다.
2005년 삼성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선 감독은 매우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데뷔 첫해와 다음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까지 감독을 맡았던 7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은 2차례 뿐이었다.
그렇듯 승승장구하던 선 감독에게 최근은 어쩌면 가장 큰 시련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선 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꾸리는 승부사였다. 1승1패에 연연하지 않고, 시즌 중후반까지 여유있게 레이스를 이끌다가 단기전에서는 본격적인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었다. 버리는 경기와 승부를 거는 경기가 확연하게 구분되곤 했다. 미래의 2승을 위해 현재의 1패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뒤지던 경기라도 조금만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특유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이런 통상적인 팀 운용법에 약간은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동요하면서 원래 보유했던 전력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위기를 맞은 선 감독이 과연 어떤 리더십으로 KIA를 이끌어 갈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