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패의 넥센과 상승세의 LG가 스윕 시리즈를 놓고 16일 잠실에서 만났다. LG 마무리 봉중근이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넥센 강정호를 병살로 처리하고 팀 승리를 지켜낸 후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16/
"5회까지만 버텨보라고 얘기해주셨다."
LG와 넥센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16일 잠실구장. 앞선 2경기를 모두 잡아낸 LG는 2, 3회 5점을 선취하며 5-2 기분좋은 리드를 잡아갔다.
그런데 5회 종료 후, 잘 던지던 선발 우규민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2점을 내줬지만 크게 불안한 모습은 아니었다. 투구수도 68개에 그쳤다. 시즌 5승 달성을 위한 승리 요건을 갖췄다고 해도, 그의 이른 강판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결국,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LG의 4년 만에 넥센을 상대로 한 스윕 의지 뿐이었다. 우규민도 괜찮은 투구를 했지만 더욱 확실하게 승부를 내기 위해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시키는 것으로 생각됐다. 6회 곧바로 필승조인 이동현이 나왔고 이후 류택현-정현욱-봉중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불펜은 2점을 허용했지만 1점차 리드를 지켜내며 스윕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우규민의 조기강판은 김기태 감독의 승부수 때문이 아니었다. 우규민의 컨디션 문제 때문이었다. 우규민은 경기 후 "몸살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별로였다"고 실토했다. 이어 "불펜 형들이 5회까지만 버텨보라고 얘기해주셨다. 야수들이 초반 점수를 뽑아줘 5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야수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불펜 고참들은 몸이 안좋은 후배를 위해 5회까지만 앞서는 상태로 버텨주면 승리를 지켜주겠다고 기운을 북돋았고, 이에 용기를 얻은 후배는 최선을 다해 던졌다. 가시밭길이었지만 선배들은 승리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최근 야수들도 서로의 체력을 배려하며 경기에 나선다. 누가 선발로 경기에 나서는게 중요하지 않다. 선발로 나서는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힘껏 외친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희생, 그동안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초라한 평가를 받았던 LG가 최근 잘나가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제는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