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1경기 10승. 이제 2위 넥센은 다 따라잡았다. 선두 삼성과도 단 2경기 차다. 주말 삼성과의 3연전 결과에 따라 LG팬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LG가 신바람을 타고 있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잘해주고 있지만, 가장 주목되는 것이 바로 이제 감독생활 2년차인 초보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다. 개성 강한 선수들이 모여 모래알 조직력의 오명을 써왔던 LG가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새로운 선수들을 키운다는 것,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위에 언급된 선수들을 주축으로 기용하겠다고 파격적으로 선언했다. 시즌 초반은 괜찮았다. 하지만 곧바로 젊은 선수들이 한계를 드러냈고 체력 저하와 부상도 이어졌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LG 감독으로 2년차를 맞는 김 감독이다. 10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치유해야 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가장 먼저 조급해지는 사람이 감독이다.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확률의 싸움. 그렇게 되면 에버리지가 높은 기존 주축선수들 위주의 선수기용을 할 수밖에 없는게 감독의 입장이다.
|
김 감독은 44세로 프로야구 감독 중 최연소 감독이다. 자연스럽게 고참급 선수들과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팀의 주장 이병규(9번)과의 나이차이가 고작 5세 차다. 선수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 그였지만 감독이 돼서는 방향을 바꿨다. 김 감독이 지향하는 것은 '형님 리더십'이다. 선수들과 허물없이 스킨십에 나선다. 포수로 나섰던 내야수 문선재를 수고했다며 와락 끌어안기도 했고, 승리를 거두고 들어오는 고참 선수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병규는 "감독이 되면 보통 선수시절과 비교해 바뀐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김 감독님은 정말 변함이 없으시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고참 선수들에게는 특권을 준다. 대단한건 아니다. 야수로는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투수로는 류택현 이상열 정현욱 봉중근 등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이다. 더이상 실력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없는 선수들. 김 감독은 그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고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팀에 관한 것이든 개인에 관한 것이든 그 의견을 존중한다.
그렇게 고참들이 힘을 얻으면 팀 내부에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긴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고 하나가 돼야 하는데 고참들에게 자연스럽게 힘을 주며 팀 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잡힐 수 있도록 한다. 후배들을 윽박지르고, 다그치는게 아니다. 훈련장에서, 그라운드에서 고참들이 최선을 다하면 후배들은 자연히 그 모습을 따르게 된다. 이병규, 봉중근 등 야구계에서 대표적인 쑥쓰럼파로 꼽혔던 이 두 사람이 최근 큰 동작의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한순간의 부끄러움으로 팀 분위기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몸을 기꺼이 던지는 고참들의 모습에 후배들은 큰 힘을 얻게 된다.
|
여기서 중요한게 김 감독 만의 묘수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고참 선수들이 지치거나 작은 부상이 있다면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 쉬게 해준다. 그 자리에 신진급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투입했다. 그렇게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이 단순한 백업 선수가 아닌 주전급 선수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들의 모습을 본 고참급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차 했다가는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럴 때는 또, 고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최근 부상을 털어낸 정성훈과 이진영이 이를 악물고 뛰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그렇다. 자연스럽게 신구조화를 넘어서 선의의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 '나는 요즘 잘하고 있는데 왜 빼지' 또는 '내가 저 후배보다 못하는 선수인가'라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게 한다. '아, 오늘은 나보다 저 선수의 컨디션이 더 좋아서 그렇구나', '오늘은 감독님께서 나에게 휴식을 주는 배려를 하시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말 절묘하게 균형을 잃지 않는 용병술을 발휘한 결과다. 자연스럽게 팀이 건강해진다. 그러면 성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