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4번타자 이호준(37)은 주장이자 팀내 최고참이다. 손민한 영입으로 '넘버투(NO.2)'가 됐지만, 팀내 야수 중에선 여전히 서열 1위다. 대개 이 정도의 베테랑이면, 각 분야 코치들에게 크게 터치받지 않는다. 오랜 프로 생활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김광림 타격코치는 이런 이호준을 지옥훈련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하루 종일 실내훈련장에서 두 박스 분량의 공을 치게 했다. 김 코치만의 훈련법으로 밸런스를 잡게 했다. 무슨 일이었을까.
이호준은 지난 4월말 1할대 타율로 고전한 적이 있다. 김 코치는 이호준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타격시 몸이 나가는 부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 든 타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힘으로만 치려는 모습이 보였다. 순발력이 떨어져서 나오는 문제다.
김 코치는 조용히 이호준을 실내훈련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묵묵히 두 박스 분량의 공을 치게 했다. 한 박스에 250개씩, 500개였다. 이호준은 "손바닥이 다 까질 정도였다. 이런 손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코치님한테 이렇게 해도 되냐고 했더니 그렇다고만 하시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코치도 이호준에게 놀랐다. 대개 베테랑들은 이런 훈련을 싫어하기 마련, 먼저 안 하겠다고 하고 훈련장에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첫 날 훈련을 한 뒤 "알이 뱄다"는 이호준에게 "나와"라고만 말했다. 이틀 훈련한 뒤에는 "죽어도 못하겠습니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도 김 코치는 "나와"라는 말만 건넸다.
앓는 소리를 했지만, 이호준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금세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자, 셋째날엔 한 박스만 치게 했다. 그리고 실전에서 좌익수 방향으로 깔끔한 2루타가 나오자 '하산'을 지시했다. 그동안 파울이나 땅볼, 헛스윙하던 공이 안타로 이어졌다. 타격 밸런스가 최적의 상태로 회복된 것이었다.
KIA와 NC의 2013 프로야구 주말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25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NC 김종호가 김광림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5/
이호준은 "사실 이번 홈런도 코치님 덕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지난달 5일 창원 SK전에 9호 홈런을 터뜨린 뒤 한 달 넘게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지독한 아홉수였다. 하지만 13일 창원 롯데전에서 38일 만에 시즌 10호 홈런을 쳤다. 힘을 다 빼고, 간결하게 스윙했는데 7-7 상황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 솔로포를 날렸다.
최근 들어 김 코치가 이호준에게 다시 "실내훈련장으로 들어가자"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호준은 "지옥훈련이 겁이 나서 잘 쳤나보다"라며 웃었다. 이어 "안타 하나만 치자는 생각으로 힘을 빼고 간결하게 쳤는데 홈런이 되더라. 베이스를 돌면서 '멍청아, 홈런은 이렇게 치는 거였잖아'라고 자책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호준은 지난달 말에도 한 차례 실내훈련장에 갈 뻔했다. 하지만 자원해서 외야 펑고를 받은 덕에 구제될 수 있었다. 사실 외야 펑고는 올시즌 글러브를 아예 잡지 않고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는 이호준에겐 필요 없는 훈련이었다.
김 코치는 "외야 펑고는 순발력이 좋아지는데 도움이 된다. 펑고를 받은 다음날 자연스럽게 밸런스가 좋아지더라. 그래서 실내훈련을 따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야 펑고로 이호준의 하체 밸런스가 잡히면서 지옥훈련을 면하게 된 것이다.
김 코치는 이호준의 컨디션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야구 한참 더할 수 있는 나이다. 그 나이에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안 좋아도 1~2경기 만에 정상궤도로 올라오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럼 실내훈련장에 준비된 지옥훈련을 계속 피할 수 있을까. 김 코치는 "그래도 팀이나 개인을 위해서 들어가야 할 상황이 오면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물론 안 들어가는 게 좋겠지만…"이라며 이호준을 바라봤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3프로야구 경기가 13일 마산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NC 7회말 무사 선두타자 이호준이 중월 역전 솔로포를 치고 3루에서 이광길 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마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