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중 1명 꼴, 우투좌타 증가의 '불편한 진실'

기사입력 2013-08-01 11:51


삼성 최형우는 우투좌타 거포의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다. 프로야구에 우투좌타 선수는 8명 중 1명 꼴로 많아졌지만, 분명 좋은 현상이라곤 볼 수 없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예전엔 팀마다 1~2명 밖에 없었는데…."

SK 외야수 김재현은 올시즌 스위치타자로 전향했다. 사실 전향보다는 '절반'은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보는 게 맞다. 우투좌타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진 우투우타 순수한 오른손잡이였다.

SK 이만수 감독은 이런 김재현을 보곤 "원랜 오른손타자인데 발이 빠르고 하니까 우투좌타를 시켰다고 하더라"며 "우리 땐 팀에 많아야 1~2명이었는데 이젠 우투좌타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야구에서 왼손타자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현실 때문이다. 아마추어 때부터 너무 이기는 야구만 하다 보니, 엇박자가 많이 난다. 야구인으로서 마음 아픈 현실"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비단 이 감독 뿐만이 아니다. 우투좌타 야수가 쏟아지는 현상을 보는 야구인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좋은 오른손타자들을 어렸을 때부터 '거세'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각 구단별로 쓸 만한 우타 외야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순수한 좌타자의 경우, 내야에선 1루수 밖에 볼 수 없기에 외야로 가는 게 보통이다. 결국 외야는 모두 '왼손 일색'이 된다.

실제로 9개 구단 외야를 보면, 우타자를 찾기 힘들다. 삼성 배영섭, LG 정의윤, 넥센 이택근, 두산 민병헌, 롯데 전준우, KIA 나지완, SK 김강민, NC 권희동, 한화 최진행이 주전급 우타 외야수인데 경우에 따라 이들이 빠지고 외야가 전부 왼손으로 꾸려질 때도 많다. 사실 공격력 때문에 주전에 들지, 수비까지 좋은 우타 외야수는 더욱 찾기 힘들다.

올시즌 등록선수(2월 기준) 553명 중 우투좌타 선수는 69명에 이른다. 약 12.5%나 된다. 선수 8명 중 1명 꼴로 우투좌타인 셈이다. 우투우타는 361명, 좌투좌타는 112명이고, 우투양타(스위치히터)는 11명이다. 우투좌타와 좌투좌타, 우투양타를 모두 더하면, 좌타석에 들어서는 경우는 34.7%다.

2010년엔 474명의 등록선수 중 48명이 우투좌타였다. 선수 10명 중 1명 꼴이었다. 불과 3년만에 우투좌타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 2001년 우투좌타가 고작 12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우투좌타의 경우, 선천적인 선수는 찾기 힘들다. 오른손잡이를 우투좌타로 만든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왜 선수들은 우타석 대신 좌타석에 들어서게 되는 것일까.


넥센 박병호는 고교야구의 '마지막 우타 거포'로 꼽힌다. 이후 알루미늄 배트가 금지되고 나무 배트 시대가 오면서, 고교야구는 극단적인 스몰볼 형태로 흘러갔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24/

일단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우투좌타 현상에 대해 "벌써 수년 전부터 진행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고교야구에서 우투좌타 편중 현상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최근 고교야구를 보면, 주전 9명 중 ⅓가량이 우투좌타인 경우도 있다. 원래부터 왼손잡이인 타자들까지 포함하면 절반을 훌쩍 넘기는 일도 많다.

흔히 야구에선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도 통용되는 말이긴 하지만, 이는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을 이루고 왼손잡이가 '소수자'였을 때 나온 얘기다.

오른손잡이 일색의 야구판에 소수의 좌타자들은 우타자에 비해 오른손투수의 공을 좀더 오래 볼 수 있었다. 타격에서 이점을 갖게 된 것이다. 수준급 좌타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이에 대항해 왼손투수가 많아졌다. 과거 오른손이 대세였던 시절처럼, 좌타자를 막기 위해 왼손투수가 많아진 것이다.

이처럼 야구엔 시대적 흐름이 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왼손타석에서 공을 치는 우투좌타는 분명 부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국내 아마추어 야구 현실에 따른 기형적 흐름이다.

언젠가부터 학생야구에선 발이 조금만 빠르면, 우타자를 좌타자로 변신시켰다. 어린 시절이기에 훈련을 통해 좌타자로 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좌타석은 우타석에 비해 1루가 가깝다. 보통 두 걸음 정도 이득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타격과 동시에 1루 방향으로 몸이 회전되기에 빠른 스타트가 가능하다. 아마추어 지도자들은 이런 이점에 매몰돼 버렸다.

게다가 뒤늦게 우투좌타로 전환할 경우, 장타 보다는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할 수밖에 없다. 처음 접하는 환경에선 아무래도 쉬운 훈련만 하기 마련이다. 공을 맞히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시간을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대한야구협회는 고교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국제야구연맹에서 그 해부터 청소년급 이상의 모든 대회에서 나무 배트만을 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 강화란 미명 아래 알루미늄 배트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나무 배트 사용은 고교야구에 극단적인 스몰볼을 야기했다. 가볍고 반발력이 좋은 알루미늄 배트는 손쉽게 타구를 보다 멀리 보낼 수 있었다. 손목 힘이 좋은 선수들은 아마추어 때부터 '거포'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무 배트는 배트 중심에 맞아야만 장타 생산이 가능하다. 프로 구단에선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검증 과정이 생겼다며 나무 배트 사용을 반겼지만, 예상 밖의 흐름으로 흘러가버렸다. 고교 지도자들은 점점 배트를 짧게 잡고, 공을 맞히는 데 집중하도록 가르쳤다. 여기에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작전부터 시도했다. 금세 스몰볼 트렌드가 형성돼 버렸다.

우투좌타의 양산은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오른손 거포의 실종 현상은 단순히 알루미늄 배트 금지에서 온 게 아니다. 수준급 우타자들이 거세당하면서 복합적인 결과를 낳았다.

물론 수준급 우투좌타 선수들도 많다. 마지막 오른손 거포로 볼 수 있는 넥센 박병호와 홈런왕 경쟁을 펼치는 삼성 최형우는 물론, 두산 김현수나 LG 오지환 등도 우투좌타다. 하지만 오른손잡이임에도 좌타자를 강요받았던 선수 중 성공한 선수가 많았을까, 아니면 실패한 선수가 많았을까. 우투좌타 양산 현상의 이면은 어둡기만 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고교야구는 수년전부터 극단적인 스몰볼 흐름으로 가고 있다. 제6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 선수가 스퀴즈번트 작전이 실패하자 황급히 귀루하고 있는 장면.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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