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68회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제주고와 배명고의 경기가 열렸다. LG 트윈스에 1차 지명 된 제주고 임지섭이 배명고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던 중 모자가 벗겨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8.01.
"롤모델이요? 당연히 류현진 선배님이죠. 뒤를 따르고 싶어요."
현재 아마추어 왼손 투수들에게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같은 답이 돌아올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호령하고 있는 왼손 투수 류현진(26·LA다저스)은 마치 15년전의 박찬호처럼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목표'로 우뚝 서 있다.
지난 7월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68회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후반기 왕중왕전(스포츠조선 조선일보 대한야구협회 주최)에 참가한 고교생 왼손 투수들은 한결같이 "롤모델은 류현진 선배님"이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1일 잠실구장에서 각각 군산상고, 배명고와 16강전을 치러 승리를 따낸 청주고 에이스 황영국과 제주고 에이스 임지섭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류현진 선배를 닮고 싶다"고 답했다. 각자의 학교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이자 프로 1차 지명자들이 나란히 승리를 따내며 프로 무대에서 '포스트 류현진' 경쟁을 예고했다.
1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68회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청주고와 군산상고의 경기가 열렸다. 청주고 선발투수 황영국이 군산상고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8.01.
청주고 황영국과 제주고 임지섭은 각각 8⅓이닝 무실점과 9이닝 완투 2실점으로 이날 16강전의 승리투수가 됐다. 서로 맞대결이 아닌, 다른 팀을 상대로 한 기록이라 둘의 우열을 따지긴 어렵다. 류현진의 뒤를 따라 한화에 입단하게 되는 황영국도 팀의 3대0, 영봉승을 이끌며 인상깊은 투구를 했다. 그러나 기록만으로 보면 임지섭이 '포스트 류현진'에 조금 더 가까운 듯 하다. 뛰어난 탈삼진 능력에, 묵직하고 빠른 직구 그리고 이닝 소화능력에서 류현진과 흡사한 면이 엿보인다.
임지섭은 이날 배명고를 상대로 9회까지 5안타 4볼넷으로 2실점하며 팀의 7대2 승리를 이끌었다. 삼진은 무려 16개나 잡아냈다. 특히 임지섭은 지난 7월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울산공고와의 대회 1회전(9이닝 3안타 2볼넷 1사구 18삼진 1실점, 투구수 133개)에 이어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삼진을 곁들인 완투승을 따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닝 이터'와 '닥터 K', 과거 류현진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국내 무대를 평정할 당시에 보여줬던 두 가지 장점이다. 이걸 임지섭이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1m89, 86㎏의 당당한 체구부터가 프로 입단전 류현진과 흡사하다. 비록 지금은 체중을 일부러 늘려 100㎏이 넘지만, 2006년 프로 입단 당시 류현진의 프로필 체구는 키 1m88에 90㎏이었다.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150㎞의 직구도 비슷하다. 투구폼은 류현진과 전혀 다르지만 마운드에서의 위압감과 직구 구위만큼은 매우 흡사했다.
직구 하나만 가지고도 임지섭은 배명고 타자들을 농락했다. 3회까지 던진 총 42개의 공이 모두 직구였다. 현장에 나온 스타우트들의 스피드건에 찍힌 최고구속은 149㎞였다. 그러나 배명고 타자들은 단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볼넷만 1개 얻어냈을 뿐, 무려 7개의 삼진을 헌납했다.
4회부터는 변화구도 던지기 시작했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임지섭의 서브 구종이다. 이 역시 위력적이었다. 4회말 배명고 선두타자 박세준이 내야 기습번트로 겨우 안타를 만들어내며 노히트 노런을 막았다. 그러나 연속타를 치는 것은 무리였다. 임지섭은 6회까지 1안타만 내주며 삼진 갯수를 11개로 늘렸다. 그 사이 제주고 타선이 활발히 터져 스코어가 7-0으로 벌어졌다.
점수차가 커서인지 7회에 잠시 임지섭의 집중력이 흔들렸다. 스스로 "너무 방심했다"고 자책한 장면이다. 임지섭은 7회말 선두타자 최태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5번 박정우와 6번 조용호에게 연속 2루타를 얻어맞아 2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바탕 얻어맞고 난 뒤 임지섭은 금세 집중력을 되찾았다. 무사 2루에서 후속 3타자를 삼진 1개를 곁들여 범타처리한 임지섭은 결국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켜냈다. 145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둔 뒤에도 임지섭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7회에 잠시 집중력이 떨어진게 아쉽다"고 할 정도였다.
LG에 1차 지명된 임지섭은 "내 장점은 역시 강한 직구다. 이번 청룡기 우승을 위해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의 목표는 '청룡기 우승'이지만, 먼 미래의 꿈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임지섭은 "류현진 선배님처럼 나중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청룡기 우승을 하고, 프로에서도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포스트 류현진'을 향한 임지섭의 꿈이 이뤄질 지 기대된다. 한편, 임지섭의 제주고와 황영국의 청주고는 2일 오후 3시에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