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분야의 권위자라고 해도 늘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이나 불신, 혹은 스스로의 이론에 너무 몰입되는 순간 때때로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은 '악수'다.
이렇듯 어려운 투수교체에 관해 한국 프로야구 감독 중에서 가장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바로 선 감독이다. 현역시절 최고의 투수였던 선 감독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투수'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 경험을 통해 투수 조련 및 기용 등에 관해서 나름의 이론 체계를 확실히 다져놨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6일 부산 롯데전에서 선발투수 소사를 교체했을 때다. 이날 KIA 선발 소사는 모처럼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3회까지 최고 구속은 156㎞가 나왔고, 투구수도 43개로 꽤 경제적이었다. 1회 1사 후 연속안타로 2, 3루의 위기를 겪긴 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다 1-0으로 앞선 4회 들어 제구력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손아섭의 안타와 도루, 1사후 전준우의 우전 적시 2루타와 장성호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허용했다. 갑자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벤치도 조기 교체를 준비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 감독은 "선발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 일찍 불펜을 가동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아마 4회부터 불펜이 가동됐을 것이다.
결국 소사는 5회를 넘기지 못했다. 5회 선두타자 정 훈에게 2루타, 1사 후 이승화의 기습번트가 행운의 내야 안타로 이어져 1사 1, 3루가 된 이후다. 선 감독은 상대 왼손타자인 손아섭을 상대하기 위해 좌완 롱릴리프 박경태를 투입했다. 손아섭이 앞서 소사에게 2안타를 쳤기 때문에 교체의 적기라고 여긴 듯 하다. 좌타자를 잡기 위한 좌투수, 또 아직 5회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보다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 이런 기준으로 고르다보니 박경태가 나오게 됐다.
1승이 목마른 현 시점에서 선 감독의 빠른 교체는 일면 수긍이 간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추가점을 준다면 경기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본 판단도 정확했다. 하지만, 박경태의 선택에는 의문이 든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삼진을 잡을 능력이 없는 박경태는 장타를 맞기 쉽다. 오히려 아직 힘이 남는 소사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결과론적으로 박경태를 투입한 것은 최악의 수가 되어버렸다. 박경태는 손아섭에게 쇄기타를 얻어맞았다. '만약 ~으면 어땠을까'하는 가정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투수 교체에 관한 최고 권위자라고 불리는 선 감독이 자신의 명성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원인이야 여러가지일 수 있지만, 이런 모습을 벗어나서 과거의 날카로운 교체 타이밍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4강 복귀의 꿈도 점점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