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벤치 앉힌 목동 내야, 무엇이 문제?

기사입력 2013-08-22 11:53


7일 목동야구장에서 프로야구 LG와 넥센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넥센 3회말 1사 1루에서 허도환의 내야 땅볼 타구 때 1루주자 서동욱이 2루에서 포스아웃을 당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6

21일 목동구장에서 LG와 넥센의 주중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넥센 강정호가 2회 1사 1루에서 유한준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태그 아웃을 당했다. LG 권용관 유격수가 태그 후 심판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21



20일, 21일 목동 2연전. LG 유격수 오지환이 없었다. 이틀 연속 선발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권용관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살짝 주춤한 타격감을 고려한 조치? 그게 전부였을까. 다른 이유가 있다. 수비다. 목동구장은 오지환에게 악몽같은 장소다. 수비 바운드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목동구장에서 범한 실책만 3개다. 홈인 잠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치. 올해가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역시 목동 9경기에서 실책을 무려 5개나 범했다. 역시 잠실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지난해부터 쌓여온 두려움의 기억. 플레이를 위축시킨다. 목동 경기에 베테랑 권용관을 전진 배치한 이유다.

목동 트라우마. 오지환만의 문제일까. 주범은 목동구장 그라운드다. 정도는 다르지만 홈인 넥센 내야수들을 포함, 대부분의 내야수들은 땅볼 타구 처리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고충을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야수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정상적인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는 "매일 경기 전 수비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혹시 선수들이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부상 없이 끝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라고 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마야구의 메카'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된 뒤 목동구장은 각종 아마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넥센은 일일대관 형식으로 홈구장을 사용중이다. 목동구장 내야 각 베이스 주위에는 슬라이딩을 위해 흙이 덮혀 있다. 플레이 과정에서 쓸려나간 흙이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니 제대로 복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인력도 터무니 없이 모자라고 책임 기관의 의지도 없다. 그러다보니 내야는 마치 딱딱한 시멘트 바닥처럼 화석화 돼있다. 공포의 불규칙 타구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마지막 바운드가 여기에 맞고 튀어오를 경우 예측 불가다. 통상 내야수들은 타구의 속도와 방향을 보고 본능적으로 튀어오르는 공의 각도와 크기를 가늠한다. 하지만 목동에서는 예외가 많다. 제 멋대로다. 크게 튀어오르기도 하고 오히려 푹 꺼지는 경우도 있다. 실로 다양한 형태의 변형이다. 20일 목동 경기에서 8회 넥센 강정호의 2루베이스쪽으로 향한 땅볼 타구를 LG 베테랑 유격수 권용관이 놓친 장면과 21일 2회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 원인은 모두 미세한 불규칙 바운드가 주범이었다. 내야수들이 "메인구장 중 목동구장이 최악"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수비 뿐 아니라 주자의 부상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KBO 초청으로 국내 야구장 관리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방한한 브릭맨 그룹 머레이 쿡 대표는 목동구장 시설을 살펴본 뒤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구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라운드 살핀 뒤 1루수 박병호를 찾아 "아임 쏘리"라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선수들에 대해 전문가로서 미안한 감정까지 표시했다고 한다. 3루수 김민성을 불러 얼굴을 살피면서 "이가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야구 강국. 6시즌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한 32년 역사의 프로야구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야구 인프라의 부끄러운 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큰 부상이 발생하기 전에 목동구장에 대한 서울시와 시설관리공단의 관심과 점검,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특정 구장을 이유로 주전 야수가 뛰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더 이상 반복 돼서는 안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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