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스피드 대신 센스로 세월 커버하는 '적토마'

기사입력 2013-10-17 19:26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LG와 두산의 경기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2사 1루 LG 이병규(7)의 중전안타때 1루주자 이병규(9)가 3루로 내달려 세이프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17/

불혹의 LG 캡틴 이병규(9번). 이제 호타준족을 상징하는 그의 별명 '적토마'에 걸맞는 주루 플레이는 보기 힘들지만, 타고난 야구 센스만큼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는 느린게 아니라 상황 전체를 보고 플레이를 하는 노련한 선수라는게 증명됐다.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7일 잠실구장. 2-0으로 앞선 LG의 3회말 공격에서 이병규가 2사 주자없는 상황에 등장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우익수 오른쪽 방면 깊은 타구가 나와 발이 빠른 선수였다면 2루타도 가능했지만 이병규는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하고 천천히 1루까지 뛰어갔다.

성의없는 플레이가 아니다. 사실 이병규는 햄스트링 통증을 시즌 내내 달고 있었다. 시즌 개막 직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햄스트링 통증 때문이었다. 때문에 타격 후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 물론, 꼭 뛰어야 하는 순간에는 부상 재발 가능성을 잊고 힘차게 달리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 이병규가 재치있는 주루플레이로 두산 중견수 이종욱을 '멘붕'에 빠뜨렸다. 이병규는 후속타자 이병규(7번)의 중전안타 때 성큼성큼 2루까지 뛰었다. 이 때 이종욱의 플레이가 안일했다. 1루주자 이병규가 당연히 2루에 멈출줄로 예상했다. 타구를 재빨리 처리하지 않고 느긋하게 캐치를 했다. 이병규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2루에서 멈추는 듯한 페이크 동작을 한 번 취하더니, 지체 없이 3루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3루로 달리는 이병규를 발견한 이종욱이 재빨리 송구를 했지만 때는 늦었다. 이병규는 안전하게 3루까지 진루해 2사 1, 2루 찬스일 상황을 1, 3루 찬스로 바꿔놓았다. 2사 1, 2루와 1, 3루는 천지차. 일단 투수가 폭투 등에 대한 걱정으로 변화구를 마음놓고 던질 수 없다. 타자가 구종을 노리기 쉬워진다. 또, 짧은 안타 때 홈인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기도 한다. 비록, LG에서 후속타를 터뜨리지 못해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큰 경기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플레이였다.

이병규의 또다른 별명은 '라뱅'이다. 외야 수비 시 설렁설렁 공을 쫓아 너무도 편안하게 공을 잡아 마치 슈퍼에 라면을 사러 가는 모양새라 붙여진 별명이다. 이 역시 성의없는 플레이가 아니라 타고난 수비 센스로 인해 다른 선수보다 더 쉽게 공을 잡아 생긴 별명이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병규가 슬금슬금 뛴다고 해서 수비수들이 방심하면 큰코 다칠 수 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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