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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타자 정성훈.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플레이오프 들어 2경기서 7타수 1안타의 침묵, 게다가 수비에서도 실책이 속출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보다 편안한 자리로 이동시켜줬고, 정성훈은 기대에 부응했다. LG 타선의 특성상 4번타자의 중책을 맡은 정성훈의 부활은 필수조건이었다.
베테랑이지만 오랜만에 겪는 큰 경기,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차례 실수가 나오면, 계속해서 실수의 순간이 머릿속을 맴돈다. 평범한 공을 처리하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손목 스냅이 잘못돼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흘러가기도 한다. 별 것 아닌 포구 동작에서도 어딘가 꼬이기 시작해 공을 더듬거나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공석이던 4번타자 자리에 정성훈을 배치해 재미를 봤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정성훈은 거포가 아님에도 충분히 4번타자로서 매력적인 능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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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은 살아났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두텁지 못한 LG 내야진의 문제다. LG는 1루수로 나서던 김용의를 3루수로 이동시키고, 이병규(배번 7)에게 1루를 맡겼다. 하지만 3차전에서 실책이 속출하면서 결정적 패인을 제공했다.
LG는 이날 4개의 실책을 범했다. 3회 선두타자 김재호의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 유격수 오지환이 다소 물러나면서 포구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 정도 송구는 1루수가 잡아줬어야 했다. 원바운드도 아니었고 약간 짧은 송구, 하지만 1루수 이병규의 미트는 공과 거리가 있었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나온 김현수의 1루수 앞 땅볼. 1루수 이병규의 홈송구엔 문제가 없었지만, 포스아웃 뒤 다시 1루를 노린 포수 윤요섭의 송구가 다소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이 송구가 뒤로 빠졌을 때 3루수 김용의가 상대 주자 임재철의 노련미에 말려들었다. 수비와 관계없는 상황에서 주자의 주로에 서있었다. 임재철은 피하려는 의도 없이 김용의와 충돌했다. 홈을 노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3루를 돈 뒤 주루방해를 얻어내면 득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주루방해 역시 3루수 김용의의 실책이었다. 5회 최재훈의 희생번트 때 나온 실책은 투수 임정우의 송구실책으로 기록됐지만, 3회 첫 실책상황과 마찬가지로 1루에서 포구를 시도했던 2루수 손주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LG는 내야에 변화를 주자마자 잦은 실책으로 자멸했다. 그만큼 LG 내야에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정성훈을 살리기 위해 지명타자 카드를 꺼냈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용의는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 소화가 가능하지만, 전문 3루수가 아니다. 3회 3점째를 내줬던 이원석의 좌익선상 1타점 2루타 역시 김용의의 수비 위치가 다소 아쉬웠다. 2사 임을 감안해 선상에 좀더 가까이 서있었어도 낚아낼 수 있었던 타구다. 이병규 역시 1루수보다는 외야수가 익숙하다. 내야수의 송구를 받을 때 안정적인 포구를 못한다면, 야수진 전체에게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과연 벼랑 끝에 몰린 LG의 4차전 라인업은 어떨까. 역시 4번타자 정성훈이 열쇠를 쥐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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