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부활?]엘롯기 천적 깨야 허물 벗는다

최종수정 2016-02-04 18:55

'엘롯기' 부활의 첫걸음은 천적 관계 청산이다. 최근 3년간 LG 롯데 KIA 세 팀은 유독 껄끄러운 팀들이 있었다. 이른바 '엘롯기 천적'이다. 이들에게 헌납하던 승수를 되찾아와야 좀더 수월한 순위싸움을 할 수 있다. LG는 넥센, 롯데는 NC, KIA는 넥센과 NC에 약했다.

LG는 지난해 삼성에 5승11패, SK에 5승11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6승10패에 그친 넥센과의 경기는 두고 두고 아쉬웠다. 서울 연고팀인 LG와 넥센은 이른바 '엘넥라시코'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실제론 일방적인 라이벌전이었다. LG는 넥센만 만나면 처참하게 무너졌다. 2013년 LG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넥센에는 5승11패로 약했다. 나머지 7개 구단을 상대로는 전부 5할승률 이상을 기록해 구멍이 도드라졌다. 2014년에도 LG는 넥센을 상대로 7승9패에 그쳤다.


◇웃고는 있지만. LG 트윈스 선수단이 2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다저스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했다. 근처 서프라이즈에서 훈련 중인 넥센 염경엽 감독이 LG 훈련장을 방문해 양상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근 몇년간 LG는 넥센만 만나면 맥을 못 췄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1.21/
LG는 넥센을 만나면 플레이 전반이 침체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LG만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듯 하다. 경기에 지고 있어도 크게 불안하지 않다. 뒤집을 것 같은 생각이 강하고, 경기 중후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넥센은 LG 뿐만 아니라 롯데와 KIA에도 강했다. 롯데는 지난해 넥센에 7승9패, 2014년 4승12패, 2013년 6승10패로 쩔쩔 맸다. KIA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넥센에 4승12패, 2014년 4승12패, 2013년 7승9패. 박병호와 강정호(2013년, 2014년)를 앞세운 넥센은 선발 마운드가 약한 엘롯기만 만나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롯데는 '이웃 사촌' NC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는 NC에 5승11패로 철저하게 당했다. 연고지만 놓고보면 롯데가 지역 형님 뻘이지만 실제로는 희생양이었다. NC는 롯데를 발판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롯데는 2014년에도 NC에 7승9패로 약세였다. NC 창단 이전에는 마산구장(창원시)이 제2 홈구장이었지만 이제는 원정가기 두려운 곳이 됐다.

KIA는 지난해 넥센에 4승12패로 허덕였고, NC에도 5승11패로 무너졌다. 지난해 4월 7일 개막 6연승의 신바람을 내던 KIA는 광주 홈으로 NC를 불러들였다. KIA는 NC와의 3연전을 몽땅 내주고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NC를 눌렀다면 시즌 초반 형세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후에도 고비마다 넥센과 NC에 덜미를 잡히며 반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강팀은 철저하게 약팀을 누른다. 손쉽게 쌓은 1승과 어렵게 쌓은 1승은 다르지 않다. 순위싸움의 핵심은 '호구' 잡히는 일을 피하고, 반대로 승수 헌납하는 팀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엘롯기' 부활도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부터 천적들에게 쉽게 보인다면 올시즌에도 만만찮다. '패배 콤플렉스'는 승리를 통해서만 치유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