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보다 제구력, 달라진 한기주가 반갑다

기사입력 2016-03-16 06:53


KIA 한기주가 15일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던지는 모습.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7회까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한기주를 동료들이 덕아웃에서 맞아주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한기주(29)를 두고 "올해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고, 조계현 수석코치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기대를 해도 좋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는 한기주가 투수 중에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 때부터 준비를 해 온 결과였다. 4년 만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고, 1~2월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오랫동안 부상과 재활훈련으로 기약할 수 없는 어둠의 터널에 갖혀 있던 한기주가 2016년 한기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시즌 중에 잠시 1군에 복귀해 던졌지만, 투구감을 체크하는 성격이 강했다. 승패와 무관한 7게임에 나선 뒤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충분히 던지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라는 주문이었다. 애리조나 1차 캠프를 마치고 오키나와 2차 캠프로 이동한 한기주는 한 번도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가래톳 통증 때문에 연습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고 조기귀국 했다. 충실하게 훈련을 소화하면서 나타난 증상이었다.

착실하게,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한 모습이 실전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기주는 15일 시범경기 NC 다이노스전 5회 선발 김윤동에 이어 등판해 3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5회 2사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6회 1사 3루에서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위기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7회에 3번 나성범, 4번 에릭 테임즈, 5번 강민국을 연달아 범타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김기태 감독은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투구였다"고 했다.

이제 강속구가 아닌 제구력이다. 직구 구속은 시속 140km 안팎에 머물렀지만, 예리한 컨트롤을 기존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직구뿐만 아니라, 변화구까지 매서웠다. 한기주는 "구속보다 밸런스에 신경썼다. 이제 감을 잡은 것 같다.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도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투구수는 53개였다.


15일 NC전이 끝난 뒤 김기태 감독이 한기주 등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첫 실전 등판경기였던 10일 SK 와이번스전. 5회 등판해 공 11개로 세 타자를 잡았다. 그런데 6회 갑자기 흔들려 안타 3개, 볼넷 2개를 내주고 3실점. 극과 극 피칭의 원인이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쌀쌀한 날씨에 덕아웃에서 쉬고 나와 6회에 정상적으로 던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는데, 한기주는 "날씨 때문이 아니라 내가 못 던졌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추위로 인해 6회까지만 진행됐다.

손바닥, 팔꿈치 부상에 어깨수술까지 받았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에 모두 칼을 댔다. 이어진 지난한 재활치료, 재활훈련. 2013년과 2014년에 단 1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 잠시 1군 마운드에 섰을 때, 그의 재기를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랬던 한기주가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6년 동성고를 졸업하고 프로 시작. 베테랑 포스를 풍기는 한기주이지만, 올해 겨우 29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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