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마이너행, 버텨야할까? 받아들여야할까?

기사입력 2016-03-30 14:35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시범경기가 6일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오리올스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김현수가 1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후 덕아웃에 앉아 있다.
플로리다(포트마이어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06/

버티느냐. 받아들이느냐.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현재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은 다가오는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감독, 단장, 현지 언론까지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라고 부추기고 있다. 그것도 설득이 아닌 강요의 뉘앙스다.

고작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 20타석 이후부터는 꽤 괜찮은 밸런스를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30일(한국시각)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도 빠졌다. 3경기째 결장. 사태가 심각하다.

현지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댄 듀켓 단장부터 감독까지 한결은 목소리다. 쇼월터 감독은 아예 "내가 먼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제의했다. 노폭(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구단)으로 가서 구단에 도움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또 "여기(메이저리그)에는 김현수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있다.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로 25인 로스터를 짜야 한다"고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의 볼티모어는 지난해 5할 승률(81승81패)의 결과물을 노린다. 토론토,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템파베이와 비교해 전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물음표가 잔뜩 달린 좌익수 자리에 새 주인공이 나타났다. 2년간 700만 달러에 영입한 김현수가 아닌, 91년생 조이 리카드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59타수 14안타 타율 0.390에 1홈런 7타점 5도루를 기록 중이다. 5툴 플레이어다. 여기에 리카르도 레이몰드, 마크 트럼보도 있다. 모두 김현수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를 이미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리플A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는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도 "모든 건 김현수 손에 달렸다. 그가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난 모르겠다. 당신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어쨌든 김현수에게 적응할 기회가 될 것이다. 아직 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걸 동의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정황상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 25인 로스터 진입을 보장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볼티모어는 프리미어12 MVP 외야수를 영입하기 위해, 또 타구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현수는 25인 명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됐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스플릿 계약을 한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에 비해 심적 부담이 덜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OPS가 4할대다. 타율은 2할을 넘기기가 힘겹다. 그의 영입을 주도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기량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계약 조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선수 동의가 없으면 무조건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등 언론 플레이를 구단이 시작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벤치에만 앉혀두며 '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계약 조건과 상관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는 일종의 압박. 유례를 찾기 힘든 행보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우선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였을 때다. 같은 포지션에 3명의 선수나 버티고 있어 기회가 올지 의문이다. 물론 리카드는 메이저리그 본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트럼보는 파워말고 내세울 것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은 신임을 잃은 선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김현수가 트리플A에서 엄청난 성적을 올려야만 콜업될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버텼을 때다. 로스터에 이름은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 출전 기회가 많을지, 이 또한 의문이다. 흔히 말하는 '계륵'같은 존재다. 그럴수록 김현수는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여전히 변화무쌍한 공에 타이밍을 잡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 때 김현수가 감당해야 할 것은 현지 언론의 비판과 주위의 싸늘한 시선. 말처럼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김현수의 고민만 늘어간다. 처음 방망이를 잡은 이래 최고의 2015년을 보낸 타격 기계이지만, 2016년 시범경기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외로운 미국 생활이 되고 있다.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해도 그 '선택'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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