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프로스카우트들 "쓸만한 아마선수 갈수록 부족"

기사입력 2016-07-17 00:01


◇어린선수들의 환한 웃음이 프로야구까지 밝힐 수 있을까. '제7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덕수고가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15/

지난주 고교야구 최고 대회인 제7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덕수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목동야구장엔 낯익은 이들이 총출동했다. 프로야구 10개구단 스카우트들이었다. 스카우트팀은 5명 내외인데 전구단 공히 스카우트들이 모두 나왔다. 2층 관중석과 1층 백스톱 뒤에 진을 치고 선수들을 지켜봤다.

스카우트들은 이구동성으로 "쓸만한 선수가 너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구단에서 팬들에게 제일 욕많이 먹는 사람은 감독, 두번째는 단장, 그다음이 스카우트팀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미래를 점치는 것이 업이다. 대박을 치면 선수가 잘 성장해준 덕분이고, 반대의 경우는 서까래로도 쓸수 없는 재목을 대들보로 잘못봤다며 비난이 집중된다.

왜 선수가 없는 것일까. 부산고는 1회전에서 아쉽게 연장 승부치기끝에 탈락했지만 롯데로부터 1차지명을 받은 윤성빈은 153㎞를 뿌렸다. A구단 스카우트는 "아직은 모른다. 수십년간 야구를 봐왔지만 고교 시절은 변수가 많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당장 프로에서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9년전 청소년대표 시절 왼손으로 154㎞를 뿌린 고교생도 있었다.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때의 시선으로보면 지금 모습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가다듬을 만한 선수는 몇 있지만 척 봤을 때 무릎을 탁 칠만한 선수는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은 덕수고와 서울고의 덕아웃은 경기내내 인파로 북적 북적댔다. 서울팀인 두 학교 야구부는 선수인원이 50명에 육박한다. 예전에는 30명 내외여서 버스 1대로 야구부가 함께 움직였지만 요즘엔 버스 2대를 동원하는 학교도 많다. 아마야구 선수들은 많이 늘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급성장한 야구붐은 유소년들을 대거 야구로 끌어들였다. KBO는 올초 아마야구 10년간의 기록관찰을 분석해 책을 내놨다. 아마야구는 양적으로 팽창했다. 초중고대 선수들은 2006년 6400명에서 2015년 1만600명으로 늘어났다. 팀은 282팀에서 455팀으로 173개팀이나 늘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격은 오히려 작아진 것으로 드러나 갈수록 체격이 커지는 일반 청소년과는 대비를 이뤘다. 여전히 투수들은 많이 다치고, 팔꿈치 부상도 잦다. 예전과 달리 연투와 투구수 혹사를 시키면 여기저기서 비난 목소리가 거세지만 대학진학, 프로구단 드래프트 지명 등이 걸리면 구태는 반복된다.

고교야구는 서울팀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차피 프로야구 지명은 극소수이고 대학진학이나 대회성적 등을 고려하면 전학을 감행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수부족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KBO리그의 성장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과 달리 고교졸업 선수가 곧바로 활약을 하기에는 수준차가 너무 커져 버렸다. 트리플A 수준의 웬만한 외국인투수는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곳이 국내리그다. 수준을 수치화할 수 없지만 타자들의 실력과 파워가 '광속'으로 발전한다면 투수들도 미약하나마 '음속'으로는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교야구는 10년전이나 20년전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선수들이 입고 먹는 것은 개선됐을 지 몰라도 근본적인 야구 능력은 제자리걸음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KBO야구발전위원장이다. 허 위원은 "주무 기관인 대한야구협회가 좀더 발빠르게 움직여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보물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지금의 문제들은 5년, 10년뒤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야구를 '돈이 없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이같은 기본적인 야구저변확대 노력은 대한야구협회 행정이 집행부 파행을 겪으면서 수년간 올스톱된 상태다.

거액 FA, 치솟는 외국인선수 몸값, 수년째 심각한 타고투저. 이 모든 것은 선수난과 깊은 연관이 있다. 각 구단은 선수 스카우트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정된 자원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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