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야구 승부조작+불법 스포츠도박으로 확대되나

최종수정 2016-08-02 02:10

한화 이글스 시절의 유창식. 스포츠조선DB

NC 다이노스 이재학.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승부조작 파동으로 어수선한 KBO리그가 또 하나의 '시한 폭탄'을 안고 있다. 바로 불법 스포츠도박에 베팅하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 및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은 물론이고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도 베팅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모두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최근 KBO리그에선 이태양(NC 다이노스)이 2015시즌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자수해 5일 법원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유창식(KIA 타이거즈)은 경찰에 출두해 2014시즌 승부조작 가담을 자수했다. 이재학(NC 다이노스)은 경찰의 승부조작 혐의 내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유창식 수사와 이재학 내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경찰 주변에선 "수사가 승부조작의 범주를 넘어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승부조작 사건의 경우 불법 스포츠도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창원지검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이태양 사건에선 브로커 조씨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 최씨가 연루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 수사로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다. 지금 단계에선 어떤 확인도 해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요즘 학원 스포츠에선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학생 선수들이 쉽게 불법적인 스포츠도박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학생 신분인 선수들이 죄의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스포츠도박에 베팅을 한 사례가 있다. 이미 1년 전 2015년 남자농구(KBL)는 오세근(KGC) 김선형(SK) 같은 젊은 국가대표 선수를 비롯 다수의 선수들이 대학 시절 스포츠도박에 베팅한 사실이 경찰(경기북부지방경찰청) 수사에서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다. 그 당시 수사에서 오세근 김선형 등 다수는 프로 입단 이전 대학시절 베팅으로 KBL로부터 영구 실격이 아닌 출전 정지 징계로 구제를 받았다. 프로 입단 이후 불법 스포츠도박을 했던 선수들은 퇴출됐다. 이 사건 이후 KBL은 신인 드래프트 이후 프로 입단 예정자에게 아마추어 시절의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 여부를 진술과 서약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의 과오를 프로 입단 전에 치워버리는 과정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한 관계자는 "스포츠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은 비단 농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독버섯 처럼 확산되고 있어 사태가 심각한 것 같다"고 했었다. 당시 농구 뿐 아니라 유도 등의 다른 종목 선수들도 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최근 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2012년에 이어 4년 만에 재발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KBO 양해영 사무총장 등 프로스포츠 단체 사무총장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당시 회의에선 1년이 멀다하고 종목을 돌아가며 터지고 있는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도박 사건의 심각성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한 참석자는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새싹인 아마추어 선수들이 범죄인줄도 모르고 핸드폰이나 PC로 쉽게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또 그런 걸 알면서도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 안타깝다. 이번에 TF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교육부의 동참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승부조작 파동이 터진 후 전체 개별 면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선수들이 경기 후 '위험한' 관계로 빠져들 수 있는 식사 및 술자리를 가졌다고 진술했다. 선수들은 처음엔 선후배 관계자로 만나 야구와 인생 얘기로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그 자리엔 야구인 이외의 스폰서가 합석할 때가 잦았다. 이런 잘못된 만남에서 일부 스폰서는 브로커이거나 불법스포츠도박 운영자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현재 유창식을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그로부터 2014시즌 승부조작 2건에 대해 자백을 받았다. 또 유창식 사건과 관련해 현역 선수의 친형 K씨(야구선수 출신)와 은퇴 프로 선수 L씨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계속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아직 유창식 등의 최종적인 혐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승부조작을 넘어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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