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 1회 결정적 주루사, 넥센과 SK의 손익계산서

기사입력 2016-08-05 19:46


1회 양팀은 결정적 주루사를 했다. 이명기의 3루에서 아웃 당하는 장면. 하지만 흐름 상 심리적 데미지는 넥센 고종욱의 1루 주루사가 좀 더 컸다.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8.05

흔히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고 한다.

그 흐름은 매우 복잡미묘하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A팀이 있다.

9회말 3점 차로 앞서고 있다. 2사 만루 상황이다. A팀의 마무리가 풀 카운트 상황에서 자신있게 던진 주무기가 그만 실투가 됐다. 결국 홈런으로 연결, 뼈아픈 역전패를 했다. 그 후유증으로 A팀은 연패 수렁에 빠졌고,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나 실투를 던질 수 있지만,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던진 공은 확실히 흐름 상 최악의 실투다. 이런 흐름에 따라 성적은 요동을 친다. '공 하나에 시즌이 좌우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흡사 '나비 효과'같은 느낌도 있다. 야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 흐름을 캐치하는데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최악 상황을 가정, 가동할 플랜 B를 머릿 속에 항상 지닌다.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전력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경기 전 "최근 우리 팀 사이클이 좋지 않았다. 지방 원정을 떠나면서 최악의 경우, 6연패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넥센은 7월26일 3연전에서 선두 두산에 2승1패,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그리고 삼성과 롯데, 원정 6연전의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염 감독의 말이 '엄살'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세세한 팀 사정은 사령탑이 가장 잘 안다. 실제 넥센은 삼성과 롯데에 연패를 당했다.

선발 로테이션, 투타의 사이클을 볼 때 떨어질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즌 전 넥센은 약체로 꼽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는 인색한 편이다. 에이스 밴 헤켄이 일본야구에 진출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손승락은 FA로 롯데로 이동했다. 조상우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시즌 초반 넥센 돌풍에도 대부분 시선은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가였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신재영과 박주현이 그랬고, 고종욱도 포함됐다. 무더위가 찾아오면 '풀타임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팀 전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넥센은 그런 위기를 겪었다. 아니,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예상보다 매우 잘 버티고 있다. 일본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적응에 실패한 밴 헤켄이 넥센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안정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은 결정적 흐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넥센의 '포인트 공략'이다.

5일 고척에서 열린 넥센과 SK의 경기 1회. 아이러니컬하게도 양팀은 '포인트 공략'에 모두 실패했다.

3연전 1차전 1회는 흐름 상 매우 중요했다.

넥센은 삼성, 롯데 원정 6연전 동안 3경기만을 했다. 힘이 빠지는 시점에서 바라던 '우천취소'가 속출했다. 염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운이 좋았던 비"라고 했다. 고척으로 돌아온 시점에서 넥센은 반격할 힘이 생겼다. 전진이냐, 후퇴냐의 기로에 놓인 시점이었다.

SK 역시 중요했다. 5연패를 힘겹게 탈출한 뒤 4일 삼성에게 5대6으로 패하고 고척으로 이동한 상황. 마운드에는 실질적 2선발 윤희상이 나섰다. 떨어지는 사이클에 에이스급 출격이었다.

SK의 1회는 매우 아쉬웠다. 1사 1루 상황에서 김성현이 깨끗한 우전안타를 쳤다. 타구가 다소 느렸다. 1루 주자 이명기는 2루 베이스를 돌 때, 스피드를 약간 늦췄다. 하지만 이내 3루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넥센 우익수 대니 돈은 그대로 송구, 3루에서 아웃시켰다. 2루 베이스를 도는 시점에서 약간의 망설임으로 아웃됐다. 1루 주자 이명기와 '3루 진루 사인을 준' 김인호 3루 주루 코치와 호흡이 어긋났다. 결국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흐름 상 매우 좋지 않았다.

넥센은 곧바로 찬스를 잡았다. 리드오프 서건창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고종욱이 좌전안타, 무사 주자 1, 3루가 됐다. 좌익수 이명기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순간적 판단 미스로 안타를 내줬다.

페이스가 떨어진 SK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초반 3~4점만 내면 SK는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 주루 미스가 나왔다. 김하성의 타구가 빗맞았다. 2루수 키 위로 넘어가는 듯 하다가 끝내 김성현의 글러브에 잡혔다. 이때 1루 주자 고종욱은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갔다. 귀루가 늦어지면서, 1루에서도 아웃됐다. 어이없는 병살 플레이가 연출됐다. 모든 주루사가 뼈아프지만, 흐름 상 최악이었다. SK와 3연전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놓쳐 버렸다. 윤석민의 강습타구를 고메즈가 잡지 못하면서 넥센은 1점을 얻었다. 하지만, SK의 급격히 흔들린 분위기는 이미 안정감을 되찾은 상태였다.

결국 1회 SK와 넥센의 잇단 실책은 넥센에게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SK는 최 정 정의윤 이재원 최승준 김동엽 등 장타를 중심으로 한 선 굵은 야구를 한다. 올 시즌 팀 체질을 바꾼 첫 시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주루사, 수비실책에는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높은 상태. 반면 넥센은 강정호 박병호가 빠져나가면서 서건창 고종욱 김하성 등 스피드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스몰볼'에 가까운 야구를 한다. 때문에 결정적 실책의 데미지는 넥센이 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고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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