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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이라고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들이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출범 36년째, 스타플레이어들의 2세들이 주류 무대를 향해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올시즌 10개 구단 등록 614명 중 2대째 '가업'을 잇는 선수는 10여명 정도다.
어린 시절 광주 무등경기장서 아버지의 플레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야구에 입문한 이정후는 초중고를 거치며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부터 이정후를 지켜본 넥센 장정석 감독은 "타격 소질이 대단하다"고 했다. 시범경기 들어 계속해서 기회를 줄 생각이다. 이정후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소질 뿐만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인다. 스타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는데, 이정후가 딱 그렇다. 하지만 이정후가 재능만 지니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기회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과 차가운 평가 속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백업 포수로 성장한 박세혁(27)은 같은 팀 박철우 코치의 아들이다.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부자가 1군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박세혁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강요한 것은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주위에서 운동 신경이 좋으니 야구를 시켜보라고 권유했고, 본인도 좋아해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2012년 입단한 박세혁은 상무에서 기량이 크게 늘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시즌 복귀해 87경기에 출전하며 든든한 백업포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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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은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의 장남으로 LG의 주축 불펜투수다. 지난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올해 전반기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 감독의 차남인 유민상(28)은 kt 위즈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95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를 때리며 가능성을 보인 유민상은 올시즌에는 1루수로 외국인 타자 조니 모렐이 들어와 대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레전드 외야수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아들 이성곤(25)은 두산 외야수다. 2014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이성곤은 경찰청을 제대하고 올해 돌아와 본격적인 성장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NC 이호준의 큰 아들 이동훈(15)은 조금 특별하다. 공부를 잘해서 국제중학교에 입학했다가 아버지 모습을 보며 야구를 하겠다고 졸라 결국 중학교 1학년 때 수원북중학교로 전학했다. 이동훈은 야구부 활동을 하면서도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호준은 운동과 학업 모두 열심히 하는 아들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원하는 것을 응원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통산 최다승(210승)의 주인공 송진우 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장남 송우석(24)이 2013년 임의탈퇴 공시 후 전직 프로야구 선수로 남아있고, 차남 송우현(21)은 넥센 외야수로 활약중이다. 박종훈 한화 단장과 박 윤(29·넥센), 고 유두열 전 롯데 코치와 유재신(30·넥센)도 잘 알려진 야구인 부자다. 김진영 전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의 아들은 인천 야구의 간판으로 평가받는 김경기 전 SK 코치. SPOTV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다.
보통 야구인들은 아들이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직업 선수의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지 않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중인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에게 아들도 야구를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그는 "리틀야구에서 타격 재능은 좀 있다고 하는데, 헝그리 정신이 없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몰입해야 한다"고 했다. 아들 은혁군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경산시리틀야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직업 선수가 될지는 스스로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대표적인 부자 선수로는 바비 본즈와 배리, 켄 그리피 시니어와 주니어가 꼽힌다. 배리와 주니어 모두 아버지를 넘어선 아들이었지만, 은퇴 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본즈는 역대 최다홈런 기록(762개)을 세우고도 스테로이드 오점을 남겨 은퇴 후 아직까지도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켄 그리피 주니어는 현역 시절 깨끗한 매너와 성실한 자세로 630홈런을 때렸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2세 선수들은 아버지로부터도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아버지의 후광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만큼 명성을 얻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 2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야구 DNA는 유전된다고 한다. 언젠가는 한국에도 '켄 그리피 주니어'와 같은 2세 스타가 등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