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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에 내려보내야 하는데, 그 선수가 앞에 와서 씩씩하게 인사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아십니까."
차라리 여러 자리 경쟁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면 오히려 머리가 덜 아프다.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항상 엔트리를 짜면 마지막 1~2 자리를 놓고 2~4명의 선수가 머리에서 맴돈다. 이 선수를 넣으면 이게 불안하고, 다른 선수를 넣자니 어떤 부분이 부족해 엔트리표에 이름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LG 트윈스의 예를 들어보자.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외야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주전 좌익수 후보였던 이병규가 시범경기 23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프로 입단 후 최고의 몸상태를 자랑해 양상문 감독을 들뜨게 했었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외야 자원인 이형종이 시범경기 공동 홈런왕(3개)에 오르는 등 물오른 기량을 보여줬다. 이형종 외 나머지 외야수들도 1군에 생존하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해 시범경기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누군가 떨어져야 하는데, 시범경기 부진한 선수 말고 잘한 선수를 빼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열심히 해도, 이름값에서 밀리면 안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순간 팀은 성장 동력을 잃는다. 양 감독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외야 경쟁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참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일단,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되지만 선발투수들이 차례로 1명씩 들어올 때마다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야수들도 있다. 그래도 개막 엔트리에 드느냐, 들지 못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프로야구 한 감독은 "2군에 보내야 하는데, 앞에 와서 인사를 씩씩하게 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예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볼 때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감독들도 스타일 차이가 있다. 직접 선수를 만나 격려하며 잘 타이르는 감독이 있고, 아니면 아예 코치들을 시켜 엔트리 탈락을 통보하는 방법도 있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이 상처를 받지 않고 2군에서 열심히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7 시즌 개막 엔트리는 30일 오후 발표된다. 이제 감독들의 주사위는 모두 던져졌다. 아픈 마음은 잊고, 27인의 병력들로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집중만 해야할 때가 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