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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과연 무엇일까.
각 팀들은 대충 선수를 데려오지 않는다. 그들이 직접 뛰는 모습, 그리고 영상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을 때 영입을 결정한다. 그 선수들도 어렸을 때부터 밥 먹고 야구만 했다. 몸값도 싸지 않다. 최근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1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받고 한국에 온다. 미국 현지보다 전제적 수준이 낮다는 KBO리그에서 못하는 건 단순히 실력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외국인 타자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야구 특유의 문화가 첫 손에 꼽힌다. 변화구와 유인구 위주의 승부가 대표적이다. 직구 위주의 정면승부인 미국 야구를 경험하던 타자들이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한국 야구에 애를 먹는다는 것.
팀 전력도 중요하다. 자신이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난 타자들의 활약이 좋다. LG 루이스 히메네스는 4번타순에서 유일하게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 이 기대감이 너무 컸다.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에 타석에서 모든 게 급해졌다. 반대로 로맥은 자신이 꼭 큰 타구를 치지 않아도 된다. 최 정, 한동민, 김동엽 등 홈런타자들이 즐비하니 반사 효과가 있다. 두산 베어스 닉 에반스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김재환, 오재일이 앞뒤에서 뻥뻥 장타를 칠 때는 자신에게 좋은 찬스가 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오재일이 시원치 않고, 김재환도 지난해 파괴력을 못보여주다 보니 자신에 대한 견제가 늘어난다. NC 다이노스 재크 스크럭스를 봐도 시즌 초반 맹활약하다, 나성범이 부상으로 들쭉날쭉하기 시작한 5월 중순부터 성적이 좋지 않다. 나성범이 없으니 스크럭스만 피해가면 된다는 상대 투수들의 계산이 깔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면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는 대견하다. 시즌 초반 아예 한국 야구에 적응을 못하는 듯 보였고, 팀도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야구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삼성도 덩달아 상승세. 외국인 타자 1명이 얼마나 팀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KIA 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 등 수비형 외국인 타자들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버나디나는 방망이가 점점 살아나고 있고, 번즈는 잘하는 가운데 부상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 타자들 평가를 90% 이상 방망이로 하기 때문에 이들의 수비나 주루 활약은 가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