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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야구는 선발 싸움인가.
야구에서 선발투수는 경기의 60% 이상을 지배하는 변수라고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인데, 올시즌 각 팀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선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먼저, 최근 27경기 22승의 '미친 롯데'. 후반기 평범한 경기를 하다 경기 후반 역전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렇게 몇 차례 위기를 넘기자 팀이 완벽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고 나선다. 공교롭게도 조쉬 린드블럼이 팀에 합류한 이후부터 팀이 잘나가고 있다. 그 무렵 브룩스 레일리가 각성하며 신들린 호투를 시작할 즈음이었다. 이렇게 확실한 원투펀치가 생긴 가운데 다른 팀에 밀릴 게 없는 3~5선발 박세웅-송승준-김원중이 자리하며 팀이 탄탄해졌다. 롯데의 한 베테랑 야수는 "결국 선발이 버텨주니 경기가 됐다. 후반기 선발투수들이 초반 실점을 해도 어떻게든 3~4실점 정도로 막아내려는 모습에 야수들이 무조건 도와야 한다고 뭉쳤다. 그렇게 역전승이 자주 나왔고,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더라. 그 상승세를 잘 탔다"고 최근 돌풍의 요인을 분석했다. 전반기에는 선발투수들이 초반에 훅 무너져 내리면 야수들도 경기를 할 맛이 나지 않았다. 이제는 투수, 야수 상관 없이 선수들이 이기는 맛에 도취됐다.
다른 팀들의 예도 많다. 두산 베어스의 경우, 유희관이 좋지 않다. 최근 5경기 4패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은 건 함덕주가 나타나 유희관의 빈 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다. 선발로 나선 최근 8경기 패전 없이 5승이다. 성적이 어찌됐든 마이클 보우덴이 돌아와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두산이 시즌 초반 헤멘 것 이유 중 가장 컸던 게 보우덴의 공백이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불안정한 전력, 선수들의 대거 트레이드 이탈 등으로 팀이 위기를 겪을 뻔 했지만 대체 외국이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선발진을 잘 지탱해줘 힘을 낼 수 있었다. 기존 앤디 밴헤켄, 최원태 외에 좌완 김성민이 쏠쏠한 활약을 해준 것도 플러스 요소였다.
LG 트윈스도 시즌 초반 임찬규가 엄청난 상승세를 뿜어내줄 때 탄력을 받았었다. 데이비드 허프의 부상 공백도 이겨내게 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LG 역시 후반기 임찬규를 비롯해 류제국 등의 구위가 무뎌지고, 차우찬과 헨리 소사도 기복을 보이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남은 정규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도 선발진이 흔들리지 않는 팀이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다. 현재 선발진 점검을 심도있게 해본다면, 남은 순위 경쟁 결과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