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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이승엽과 KIA 타이거즈 박흥식 타격코치의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승엽은 프로 2년차 신인급 선수였고, 박흥식 코치는 삼성에서 타격을 맡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후배의 은퇴에 박흥식 코치도 마음이 묘했다. 박 코치는 훈련 때부터 이승엽의 은퇴 투어를 새삼 곱씹으며 뒤숭숭한 기분을 느꼈다.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청년으로 처음 만났던 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은퇴의 의미가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KIA도 앞으로 잔여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박흥식 코치와 이승엽의 시즌 중 만남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때문에 박 코치가 경기전 직접 삼성 라커룸을 찾아 이승엽을 만났다.
은퇴 투어 이벤트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승엽은 박흥식 코치를 살뜰히 반겼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잠시 라커룸에 들어가 짧은 담소를 나눴다. 이때 박 코치가 손에 든 쇼핑백에는 야구공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승엽의 사인볼을 받아달라는 주위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년 사이에 느끼는 격세지감이기도 하다. 삼성은 2011~2014 4년 연속 통합 우승, 2011~2015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 등 최전성기를 보냈지만 지금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올 시즌에도 KIA만 만나면 약했다. 10일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4승째를 거뒀지만, 무려 12패나 했다. 광주 구장에서는 최종전이 유일한 승리일만큼 유독 KIA에게 힘을 쓰지 못했다. 이승엽이 '도와줬다'고 표현을 한 것도 달라진 상황에 대한 씁쓸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2002년 삼성에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함께 느꼈던 두 사람이라 우승을 기원하는 마음은 더 특별하다.
광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