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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해" 패밀리맨 양현종의 훈훈한 겨울나기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1-08 13:59


KIA 양현종과 김기태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08.

"아내를 위해 준비했어요."

2017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정점에 오른 투수. '꿈의 기록'인 선발 20승에 한국시리즈와 정규리그 동시 MVP를 석권한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다. 구위도 최고였지만, 배짱도 어마어마했다. 그 어떤 강타자가 눈앞에 서 있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또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일말의 동요 없이 상대 타자를 잡아내던 그다.

그런 양현종이 "좀 걱정되고 무섭기도 하네요"라는 말을 하고 있다. 도대체 양현종을 두렵게 만든 게 무엇일까. 알고보니 첫 유럽 여행을 앞두고 잔뜩 긴장했던 것이었다. 양현종은 11월 하순에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아내 정라헬 씨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다. 연말 시상식 등 각종 행사 일정으로 분주한 가운데에도 양현종이 그간 육아와 내조로 고생했던 아내를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양현종은 야구계에서 손에 꼽히는 '패밀리맨'이다. 늘 가족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결혼 이전에는 부모님, 결혼 이후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양현종의 가슴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해외 진출 기회를 마다한 주요 이유중 하나도 "아이가 너무 어려서 해외로 데리고 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 양현종에게 아내는 늘 고맙고 미안한 대상이다. 프로야구 선수의 특성상 정규시즌에는 아무래도 집안일에 소흘해지기 십상이다. 원정 이동도 많고, 홈경기 때도 경기에 집중하느라 집에서는 휴식만 취할 수 밖에 없기 때문. 두 아이의 육아와 집안일, 그리고 내조까지 모두 아내가 도맡아왔다.

그래서 양현종은 지난 6일 KBO리그 시상식 때도 MVP 수상 소감에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맙다고 말로만 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시즌 후 직접 여행사에 연락해 파리 여행을 기획했다. 모처럼 아이들도 부모님께 맡기고 아내와 단 둘이서만 가기로 했다. 일종의 위로 여행인 셈이다. 양현종은 "11월말에 그나마 며칠 짬이 나길래 파리 여행을 준비했어요. 가이드가 일정을 다 짜주긴 했는데, 유럽은 처음 가보는 거라 좀 걱정도 되네요. 소매치기도 많이 있다던데…"라면서 "그래도 아내가 무척 좋아할 거 같네요. 숙소도 에펠탑이 바로 보이는 곳으로 잡았어요. 아내한테 '마음껏 써보라'며 신용카드도 아예 맡겼죠"라고 말했다. 내심 설레는 듯 하다.

사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아내는 직업으로 따지면 강도높은 3D 직군이나 마찬가지다. 일년 내내 거의 혼자서 살림을 도맡는데다가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남편을 위해 내조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속내 깊은 양현종은 아내의 그런 고충을 늘 마음 속에 담아뒀다가 통 크게 파리 여행 선물을 안긴 것이다. 밖에서 못지않게 집안에서도 MVP를 받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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