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워할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세밀한 부분에서의 차이는 있었지만, 엔트리를 놓고 비교해봤을때 비등한 싸움이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진부한 자기 위안 같으니 쓰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한국은 분명 일본과 대등한 수준의 경기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엔트리를 살펴봤을 때 일본과 한국은 뚜렷한 전력 차이가 있다. 현재 양 리그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투수가 강하고, 그 명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좋은 투수들이 나온다. 현재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야부타 가즈키(히로시마) 다구치 가즈토(요미우리)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등 NPB에서 가장 '핫'한 젊은 투수들이 포함돼있다. 선발 뿐만 아니라 불펜도 탄탄하다. 최근 일본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만 놓고 보면, 선발들보다 불펜의 공이 더 좋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 리그 판도가 바뀐지 오래다. 더군다나 만 2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두니, 대표팀에 거포가 사라졌다. 일본도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많지 않고, 발 빠른 교타자들이 예전부터 많지만, 한국도 비슷하다. 오히려 주력은 일본 선수들이 더 좋다. 일본과 비교했을때 전력상 특별히 우위에 있는 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표팀이 사전 전력 분석을 마쳤을 때, 일본을 이길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다만 이번 대회의 최종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년 아시안게임, 내후년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출범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참가 자체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선전했다. 현재 대표팀 중 완전체 성인 대표팀 경험이 있는 선수는 김하성 한명 뿐이고, 도쿄돔에서 경기를 뛰어본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경험도 부족하고, 해외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스타 플레이어도 거의 없다. 그래서 모두 우려했지만, 첫 경기부터 인상깊은 혈투를 펼쳤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전 패배 후 "우리 선수들이 참 좋은 경기를 했다.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많은 것이 남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 좋은 분위기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 경기의 아쉬운 패배에 지나치게 사로잡는 것도 좋지 않고, 또 지나치게 자만심을 갖는 것도 좋지 않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