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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면 된다"고. 하지만 말은 쉬워도 실제로 하기란 어렵다. 기본적으로 '잇몸'이 튼튼한 상태라야 가능한 이야기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이 깔려 있어야 실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주전들이 대부분 빠져 있음에도 넥센 히어로즈가 선전하는 핵심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튼튼한 잇몸' 즉, 건실한 예비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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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넥센은 이미 서건창, 박병호, 고종욱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주전 멤버 중 무려 5명이나 1군에서 사라진 건 엄청난 악재다. 지난 3월 24일 개막전 엔트리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남아있는 주전 타자는 마이클 초이스와 김민성, 박동원 등 3명 뿐이다. 쉽게 말하면 타선 측면에서 베스트전력의 60% 정도가 사라져버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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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백업 선수들만의 활약으로 넥센이 위닝시리즈를 거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중심 선수들이 또 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 뒤꿈치 통증을 극복하고 전날 18경기만에 선발 3루수로 돌아온 김민성은 4회말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포수 박동원도 5회말 3-2를 만드는 결승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내 최고참인 이택근이 7회말 쐐기 투런포를 날려 베테랑 활약의 방점을 찍었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이런 긍정적 기류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장 감독은 이날 위닝시리즈 달성 후 "투타 모두 나무랄 데 없는 경기를 했다. 특히 베테랑이 이끌고 젊은 선수들이 패기 있게 따라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하면서 "선수들 스스로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 앞으로 더 좋은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지금의 히어로즈 군단에서 '위기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