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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벼랑 끝까지는 잘 몰아갔다. 여기까지는 계산대로. 모든 정황은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마지막 일격을 넣으면 된다. 그러면 이긴다. 그러나…
2점차 리드의 8회초 2사 만루 상황. 여간해서는 마무리 투수를 1이닝 이상 쓰려고 하지 않는 넥센 장정석 감독이지만, 여기서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기면 승률 5할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김상수도 나오자마자 3연타를 맞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려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2개를 따낸 것도 대단했다. 여기가 바로 승부수를 던질 수 밖에 없는 타이밍이었다. 수비쪽으로 돌아선 흐름을 살려 팀내 가장 좋은 구위를 지닌 투수를 올려 아웃카운트 4개를 잡게 하는 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선택이다. 마침 조상우 역시 최근 3경기에서 1승2세이브 무실점으로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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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 패스트볼은 높아서 볼. 2구와 3구째는 파울. 150㎞짜리 패스트볼의 힘에 강한울의 배트가 밀렸다. 4구와 5구째도 파울. 볼카운트는 계속 1B2S로 투수에게 유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강한울이 계속 커트를 하고 있었지만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간신히 삼진을 면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러나 넥센 배터리는 이런 상황을 주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타자의 끈기에 말려들며 실투를 던지고 말았다.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8일 한화전 9회초 김태균에게 9-8에서 9-9가 되는 동점타를 맞을 때 역시 조상우-박동원 배터리는 볼카운트 2S에서 3구째를 바깥으로 빼다가 동점타를 허용했다.
이처럼 올해 조상우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종종 치명타를 맞곤 한다. 볼카운트 2S 시 피안타율이 5할(6타수3안타)이나 된다. 1B2S에서는 그래도 피안타율이 1할5푼4리(13타수 2안타)로 떨어지는데, 여기에는 강한울의 3타점 역전 결승 3루타가 포함 돼 있다. 결과적으로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확실한 결정구가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상우는 현재 국내 투수 중에서는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하지만 그 패스트 볼의 강력함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제구력을 가다듬든, 포수와 코스 및 구종 배합에 관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짜든, 문제점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상우의 블론 세이브는 언제고 또 나올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