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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라!
김진욱 감독은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수석-투수-타격 코치를 모두 바꾸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보통 이런 경기에서는 선수단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이를 악 물고 뛰기 마련. 하지만 KT는 추격전 속에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7대9로 졌다.
악재는 또 겹쳤다. 19일 경기 후 김 감독의 모친이 별세했다. 김 감독은 빈소를 지키느라 20일 경기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보통 코칭스태프나 동료가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선수단이 뭉치는 경우가 많다. "감독님을 위해 이기고 싶었다"는 승리 멘트를 우리는 그동안 여러 종목에서 많이 봐왔다. 하지만 KT는 4대11로 맥없이 패하고 말았다.
KT는 20일 롯데전까지 72경기를 치르며 정확히 시즌 절반 일정을 마쳤다. 아직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참들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 KT에는 캡틴 박경수를 비롯해 이진영 박기혁 유한준 윤석민 등 경험 많에 베테랑들이 많다. 88억원을 받고 입단한 황재균도 그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흔들릴 때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선배들이다. 후배들은 팀이 추락할 때 느껴지는 압박감을 이겨낼 힘이 부족하다. 선배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야구 선수이니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제, 이진영이 17일 NC전에서 9회 귀중한 대타 결승 홈런을 치며 팀을 연패에서 탈출시켰다. 하지만 팀 사정상 풀타임 출전 기회를 베테랑들이 부여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서 후배들이 힘을 낼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정신적, 기술적 조언을 해줄 수 있고 더그아웃에서 고참 선수가 막내처럼 파이팅을 외쳐준다면 후배들이 깜짝 놀라 힘을 낼 수도 있다.
올시즌을 마치면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팀이 4년 연속 꼴찌를 한다면 책임 여부를 떠나 베테랑 선수들이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을 위해, 또 팀을 위해 마지막 모든 힘을 쏟아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