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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빛나는 별은 없는 것일까. 오랫동안 한화 이글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김태균의 입지가 올해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갑작스럽게 좁아졌다. 팀이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감격적인 순간이었지만, 그 중심에 김태균은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11년 전 포스트시즌에서는 간판 타자 역할을 했지만 부상 여파와 급격한 노쇠화의 영향 때문인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김태균의 롤은 '대타'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러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넥센 선발 에릭 해커의 체인지업 3개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2S에서 마지막 3구째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김태균의 배트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지닌 타자였다. 역대 통산(3할2푼5리) 타율 3위이자 현역 2위를 마크하고 있고, 역대 통산 타점(1267타점) 및 볼넷(1057개) 부분에서 3위이자 현역 1위의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량이 뚝 떨어졌다. 73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254타수 80안타), 10홈런, 34타점에 그쳤다.
이런 사정 때문에 김태균은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서는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각오가 컸다. 하지만 정작 팀내 입지는 한없이 좁아졌다. 지명타자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타격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선발 투입은 불가능하다. 김태균이 나가려면 이성열이나 정근우가 빠져줘야 하는데 한화 전력에서는 지금으로서는 이성열과 정근우를 활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용덕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김태균의 역할을 '대타'라고 재확인했다.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한 뒤 한 감독은 "김태균은 계속 그렇게 (대타로) 쓰겠다. 찬스 때 한번은 해줄 것이다. 오늘은 초반에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에 내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김태균이 다시 돌아오게 될 대타 찬스에서 명예를 회복하는 타격 솜씨를 보여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