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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은 '묘수'였다.
주목할만 했던 것은 양상문 감독과 롯데 벤치의 마운드 운영. 2-0으로 앞서던 6회초 1사 1루에서 서준원이 안치홍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선행 주자 아웃에 그친 상황. 당시 서준원의 투구수는 79개, KIA 타선에 단 2개의 안타만을 허용했을 뿐이었다. 여느 선발 투수와 마찬가지로 투구수 100개를 채우고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을 할 만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불펜을 일찌감치 가동하는 쪽을 택했다.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갯수를 채우려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실제 서준원은 이날 5회부터 투구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2이닝 연속 안타-볼넷을 내주는 등 구위 하락이 엿보였다. 불펜에서 출발했던 서준원은 빠르게 선발진에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신예. KIA전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며 얻은 자신감을 지켜주고자 하는 속내도 숨어 있었다. 서준원의 뒤를 이어 받은 박진형은 류승현에게 안타를 내주며 2사 1, 3루 상황에 놓였으나, 이창진을 2루수 땅볼 처리하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 막았다.
불펜 운영도 성공적이었다. 박진형, 고효준에게 각각 1이닝씩을 맡겼다. 7-0으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8회 이후엔 박시영, 정성종을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상 필승조인 박진형, 고효준이 1이닝씩을 분담하며 호흡을 고르게 함과 동시에, 그동안 고전을 거듭했던 박시영, 정성종에겐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맡기며 스스로 결과를 이끌어내고 자신감을 얻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동안 고전을 거듭하며 투수들의 자신감이 크게 침체됐었던 롯데에겐 한 번쯤 거쳐 갔어야 했을 작업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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