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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조선의 4번 타자', '거인의 심장'.
최근엔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 '야구의 날' 사인회 참가 거부는 두고두고 아쉬운 선택으로 남게 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기념하고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선전의 다짐을 전하는 행사였다. 베이징 금빛 환희의 주역이자 롯데, 부산 야구의 얼굴인 그가 지명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대호의 대답은 'No'였다. 가뜩이나 부진한 팀 성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팬들에게 남아있던 이대호를 향한 애정마저 돌려세우는 악수가 됐다.
이대호도 분명 할 말은 있다. 단장-감독 동반 퇴진 뒤에도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개인 성적 등 온갖 스트레스가 쌓인 와중에 팬들 앞에서 미소를 짓고 팀을 대표하는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한편으론 팀에 대한 헌신, 희생을 강요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진한 팀 성적이 이어질때마다 언제나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치킨 테러' 등 불미스런 사고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다. 도 넘은 비난 속에 지인, 가족들이 상처 받는 모습을 보면서 팀을 향한 희생, 헌신이 되려 주변인을 힘들게 한다는 회의감에 피로를 느꼈을 수도 있다.
롯데는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후반기 지휘봉을 잡은 공필성 감독 대행은 취임과 동시에 내걸었던 베테랑 중용 기조를 바꿀 뜻을 내비쳤다. 미래를 위해 백업-신예들에게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찾는 '리빌딩'에 시동을 건 것. 공 감독 대행은 "당장 1승을 거두는 것보다 젊은 선수들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도 안팎의 관심사"라며 "그동안 고참들에게 기회는 충분히 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여운도 있었다. "이대호가 그동안 해결사 임무를 부여 받고도 최근 부진으로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힘들어한 부분이 있다. 서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부동의 4번 타자이자 팀의 간판인 이대호도 나머지 베테랑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리빌딩'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내년은 롯데와 이대호의 4년 150억원 계약 마지막 해다. 거취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그림을 보면 '해피엔딩'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다. 완연한 기량 하락세, 서서히 옅어지는 팬들의 지지 속에 팀내에서의 설자리마저 좁아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롯데 팬들 뿐만 아니라 야구 팬 모두가 바라는 그림이 아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중 한 명이었던 이대호의 '해피엔딩'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모든 답은 이대호가 갖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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