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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입장이란 게 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 시각 차를 부르고, 갈등을 부른다.
144경기 풀 시즌 소화 여부를 놓고 운영과 현장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프런트와 현장의 목소리가 다르다.
현장은 한정된 자원의 고갈을 호소한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엔트리를 늘려도 짧은 기간 내 144경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우승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정규 시즌 2위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최고참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대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양시론(兩是論), 양 측 다 맞는 말이다. 입장 차,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건 고통스럽다. 그러나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더욱 고통스럽다'는 말이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는 KBO리그 구성원들에 진퇴양난의 힘든 상황을 툭 던졌다.
개막을 한달 이상 늦췄고, 각 구단이 의존하는 모 기업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144경기를 다 하자니 경기 질이 떨어지고, 경기 수를 줄이자니 수익이 준다. 위기에 처한 모 기업은 제 코가 석자다. 프로야구단의 줄어든 수익을 보전해줄 만큼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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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질이 하락하면 수익적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반드시 손해가 따라 온다. 반면, 당장 형편이 어려운 구단들과 모 기업이 지갑을 닫고 투자를 줄이면 선수단 연봉도 줄고, FA대박도 없다.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질적 하락은 불가피 하다. 어느 한쪽 만의 시각으로는 풀 수 없는 악순환 구조인 셈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역지사지가 문제에 현명하게 접근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럴 때야 말로 솔로몬의 지혜 도출이 필요하다. 입장 차가 다른 현장과 운영은 물론 선수협, 중계권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발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144경기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콘텐츠 퀄리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기 수를 얼마나 줄여야 할 것인지, ▶단축에 따른 수익 감소 문제는 어떻게 메울 것인지, ▶메이저리그처럼 줄어든 경기 수만큼 선수단의 연봉을 조정할 것인지, ▶정규 시즌을 줄이고 포스트시즌을 조정하면 배당금의 보너스 지급을 포기할 것인지, ▶방송사와 통신·포털은 줄어든 경기수 만큼의 손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첨예한 현안들을 폭 넓게 논의해야 한다. 예민한 이해관계가 걸린 각 주체들의 양보와 절충이 필요한 민감한 작업이다.
이해 당사자 간 포괄적 논의 없이 각자의 입장만 반복해 주장하는 건 공허하다. 감정적 소모와 갈등의 골만 더 키울 뿐이다.
KBO가 제 아무리 144경기를 사수하려고 해도 시즌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만 나와도 리그는 중단이다. 정규 시즌 축소는 불가피 하다. 이 경우 쪼그라든 수익으로 인해 잠복했던 갈등이 증폭될 여지가 있다.
개막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이해 당사자가 모두 모인 연석회의 개최가 필요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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