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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추적]탱탱볼 논란, KBO도 궁금해서 공인구를 쪼개봤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5-14 04:28 | 최종수정 2020-05-14 07:45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이영하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 공을 손에 쥐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5.13/

[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말 공인구에 변화가 있는걸까?

시즌 초반, 현장에서는 '공'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보다 홈런 포함 장타가 늘었기 때문이다. 공을 직접 만지고, 치는 선수들도 "확실히 타구가 생각보다 잘 뻗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감독, 코치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실제로 홈런이 늘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2019시즌을 앞두고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 범위를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 지난 시즌 홈런 개수가 총 1014개로 2017시즌 1547개, 2018시즌 1756개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장타율도 2018시즌 0.450에 비해 지난해 0.385로 두드러지게 줄었다. 올 시즌은 아직 시즌 극초반에 불과하지만, 확실히 뭔가 다르다. 기록도 이야기 해준다. 13일까지 KBO리그의 올 시즌 경기당 홈런은 2.22개. 지난 시즌 1.41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1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펼쳐진 KBO리그 경기에서만 총 9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홈런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공인구 반발계수에는 수치상으로 문제가 없다. KBO는 지난 7일 공인구 1차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인구 제조사인 '스카이라인' AAK-100의 샘플 3타(36개)를 무작위로 수거해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스포츠용품시험소에서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모든 샘플이 합격 기준인 반발계수 0.4034~0.4234, 둘레 229~235㎜, 무게 141.7~148.8g, 솔기폭 9.524㎜ 이하에 충족했다.

검사 결과를 통해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혹시 공인구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죽이나 내용물에 차이가 있거나, 허용되는 반발 계수 범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통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0 KBO리그 스카이라인 공인구.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5.13/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공인구 구성 요소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야구공을 만들 때는 겉을 감싸는 소가죽과 내용물을 이루는 코르크심, 양모, 면사 등이 사용된다. 이 내용물은 제조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납품을 받는 업체도 KBO 허가 없이는 교체할 수 없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모든 구성품을 변동 없이 사용하고 있다.

KBO도 공인구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KBO는 개막 초반 장타율이 증가하자, 제조사에 의뢰해 무작위로 고른 공을 직접 해체해봤다. 하나하나 뜯어보고, 지난해와 차이점을 비교했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검사상으로는 지난해 쓰던 공보다 더 완벽에 가까웠다. 한 KBO 관계자는 "반발계수를 비롯한 전반적인 수치가 원래 목표로 설정해 둔 값의 정 가운데, 그러니까 가장 이상적인 수치에 가깝게 만들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인구를 구성하는 수치를 조정하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하고 복잡한 작업이다. 지난해 반발계수 조정을 발표한 후 초반 불량 공이 나왔던 이유도, 공정 과정 자체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1년 이상 지금의 공인구를 생산하면서 완성도 자체가 더욱 높아졌다는 자체 평가다.


공에 문제가 없다면, 홈런이 증가한 원인은 결국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도 개막 시기, 공인구 적응 문제, 타자들의 기술 향상,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 심판의 타이트한 스트라이크존 영향 등 여러 가설이 나뉜다. 공이 아닌 다른 영향을 찾자면 가장 설득력을 얻는 가설이 개막 시기 그리고 공인구 적응이다.

선수들은 개막이 한달 이상 길어지면서, 그만큼 더 긴 시간 시즌을 준비했다. 또 5월이 1년 중 가장 온도와 습도과 좋은 편에 속한다. 2월초에 시작한 스프링캠프를 포함해 선수들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준비 시간을 가졌다. 가장 몸 상태가 좋고, 충분한 휴식과 준비를 반복하면서 컨디션이 좋다는 해석이 내려진다.

이보다 더욱 신빙성이 있는 가설이 바로 '공인구 적응'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와 김재환은 "모든 타자들이 준비를 잘한 것 같다. 다들 공인구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공인구 대처에 애를 먹은 타자들이 올해 더 많은 준비를 했고, 타격 자체가 새 공인구에 적응을 해 대처법을 확실히 준비했다는 내용이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센트럴리그가 2015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처럼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했고, 그 결과 2014시즌 738개였던 홈런이 2015시즌 571개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공인구에 적응한 두번째 시즌인 2016시즌에는 다시 713개로 거의 이전 수치를 회복한 바 있다.

물론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시즌 내내 지금의 기세가 이어질지 판단하기에는 표본이 더 필요하다. 중간 휴식기 없이 11월말까지 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결국 투수 운용에 대한 현장의 장기적이며 구체적인 계획이 올 시즌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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