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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스토리] '최고의 내 선수, 얄미운 남의 선수' 정근우가 떠난다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0-11-11 15:18


2004년 7월 대만에서 열린 세계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동갑내기 오승환과 정근우의 모습

[스포츠조선=정재근 기자] '승부 근성' 그 자체였던 선수, 정근우가 16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LG 트윈스에서 1년간 선수 생활을 했던 정근우가 지난 8일 은퇴를 발표했다. 1982년생 동갑내기 김태균에 이어 정근우마저 은퇴를 선언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던 82년생 엘리트들이 그라운드에서 떠나고 있다. 남은 선수는 롯데 이대호와 삼성 오승환, SK 김강민 정도다.

부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정근우는 2005년 2차 1라운드 7순위로 SK에 입단했다. 입단 2년 차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정근우는 2007년 SK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을 만나며 선수 인생 황금기를 활짝 열었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2루수로 세 번(2006, 2009, 2013년)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승부욕의 화신' 김성근 감독과 정근우는 SK 왕조의 철옹성을 구축했다.

남다른 승부 근성으로 타격, 주루, 수비 모두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던 정근우는 타 팀 팬에겐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SK가 야구를 너무 '비인간적으로' 잘해서 공공의 적이 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게 내 팀이고 내 선수가 되면 생각이 바뀐다. 태극마크를 단 정근우의 활약은 모든 야구팬들의 마음을 180도 돌려놨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의 중심에 항상 정근우가 있었다. 프로야구가 제2의 부흥기를 맞았던 건 세계에 나가도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국가대표 2루수와 유격수로 미국, 일본, 쿠바를 꺾었다.

2013년 첫 FA 자격을 얻은 정근우는 한화와 4년 70억원에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는 2년 뒤 김응용 감독 후임으로 온 김성근 감독과 다시 만났다. 2016년엔 KBO 최초 11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하며 한화에서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17년 말 두 번째 FA계약에서도 한화와 '2+1년' 35억원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정근우도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었다. 2018년 후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인 정근우는 2루수 자리를 내주고 외야와 1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결국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팀을 옮겼다. 올 시즌 초반에는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류중일 감독의 기대만큼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후 정근우는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정근우는 "그동안 앞만 보고 힘들게만 달려와서 당분간 쉬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려고 한다. 그동안 항상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005년 SK에 입단한 정근우, 1년 차에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승부근성 만큼은 남달랐다.


2006년 프로 2년 차에 당당히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차지한 정근우


2007년 한국시리즈 두산과의 6차전. 3회말 1사 1루에서 투런포를 친 정근우가 폭죽과 함께 비상하고 있다. SK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


물불 안가리는 승부 근성이 때론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 2루 도루 성공 후 3루로 달리려던 이종욱의 다리를 잡는 정근우의 팔. 저 때는 양팀 선수단과 팬들 모두 전쟁이었다.


이종욱의 뜨거운 복수. 2008 베이징올림픽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7회말 2사 1, 2루 이진영의 적시타 때 2루주자 정근우가 홈까지 내달려 멋진 슬라이딩으로 동점 득점.


2009년 10월 한국시리즈 3차전 KIA와의 경기. 정근우의 투수 앞 땅볼을 잡은 서재응이 1루에 공을 던질 듯 말듯 했다. 1루를 향해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던 정근우는 서재응이 약을 올린다고 판단해 항의, 서재응도 맞불. 벤치 클리어링으로 확산. 양 팀 팬들도 모두 격분.


야구가 전쟁이던 시절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다 친한 형 동생.


KBO 최고의 2루수 정근우의 비상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용규와 함께 한화에서 새출발 했지만...


한화 이글스가 18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일본 고치 동부구장에서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15.01.18/
'김성근 감독님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표정의 정근우. 지옥 훈련 다시 시작


한화에서의 최고의 시즌이었던 2016년. 5월 21일 대전 KT전에서 3점 홈런을 친 정근우가 악동 로저스와 포옹하고 있다.
2020년 5월 14일 잠실 SK전.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정근우. LG에서의 선수생활을 마지막으로 정근우가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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