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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사실 후회하고 있을 때 기회가 왔더라고요."
지금은 국가대표 중견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이정후의 시작은 유격수였다. 휘문고 3학년 시절 유격수로 뛰었고, 많은 야구팬은 아버지 이종범(현 LG 코치)에 이어 부자(父子) 유격수의 탄생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프로의 시작은 외야수였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내야수였던 이정후를 외야수로 옮기도록 조언을 해준 사람은 당시 수비 코치였던 홍원기 키움 감독이었다.
당시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던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이정후가 수비에 대해 어려움을 겪자 홍원기 감독은 공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이정후의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다.
첫 제안에 이정후는 단호했다. 이정후는 "처음에는 내야를 하겠다고 했다. 오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외야수 이정후는 운명과 같았다. 고교시절에도 이정후는 외야수였다. 1,2학년 때 외야수를 했지만 학교 사정상으로 3학년 때는 내야수를 봤다. 이정후는 "아무래도 외야에서 강하게 던지다가 살살 던지니 어려웠다. 국가대표로 나갔는데 그때 외야수 형들이 다 내야 입스가 있다고 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던 중 캠프 막바지에 외야수 자리에 부상으로 구멍이 생겼다. 결국 이정후가 외야수로 나가게 됐다. 이정후는 "사실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외야수를 한다고 할 걸 그러고 있었는데 마침 외야수로 나가라고 해서 너무 좋았다"고 웃었다.
일본에서의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정후는 외야수로 고정됐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시범경기에 들어가면서 내야 글러브를 가지고 갔더니 홍원기 감독님께서 '내야 글러브 버려라'라고 하시더라. 시범경기 첫 경기 중견수로 라인업에 이름이 올라갔더라"라며 "마음이 편해지면서 방망이가 잘 맞더라. 그래서 신인 시절 시범경기에서 잘했던 거 같다. 내야에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신나게 외야 수비를 했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이정후는 2017년 시범경기 12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33타수 15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홍원기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라며 "국가대표로 나가서 중견수를 보니 자부심도 느껴지더라"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근 '제 2의 이정후'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경우가 있다. 수비 부담을 줄이고, 방망이 자질을 한껏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나승엽이다.
이정후는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 아무래도 활동량이 많아지니 당시에 나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며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생각한 것보다 공이 더 멀리 나가곤 했다. 그래도 수비는 하다보면 늘게 되는 거 같다"라고 경험에 비춘 조언을 남겼다.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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