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한 번에 공 하나에만 집중한다."
그는 경기 후 "한 번에 공 하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It goes down to just one pitch at a time). 그게 내가 게임에 집중하는 방법"이라며 "공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 공에 또 집중한다. 던지려고 하는 공에 집중하는 것, 그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말을 디그롬만 했을까. KBO리그 투수들도 호투한 뒤 취재진과 만나면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포수가 잘 리드해준 덕분"이란 말과 함께 늘 하는 얘기다. KBO리그 투수들은 정말 일구일구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볼넷은 수비 실책과 함께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흉'이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니 야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지며 공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요한 볼넷과 나와서는 안될 볼넷은 구분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을 할 겨를조차 없는 모양이다.
올시즌 이날까지 열린 91경기에서 총 814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8.945개 꼴인데, 이는 지난 시즌 비슷한 시점과 비교해 30.6%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92경기 시점의 총 볼넷은 630개로 경기당 6.848개였다.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히는 2016년 91경기를 치른 시점의 경기당 볼넷도 7.637개로 지금보다는 적었다.
왜 이렇게 볼넷이 늘어났을까.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감독은 "심판 탓을 하면 안되겠지만, 좁아졌다는 느낌이 가끔 든다. 너무 잡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감독의 느낌상 그럴 수는 있지만,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는 상하좌우 기준이 바뀐 것은 없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제구력이 떨어진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들은 "요즘 친구들은 스피드 자랑은 해도 제구력 자랑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새로 입단하는 투수들이 과거에 비해 구속은 높지만, 제구는 형편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기존 투수들의 제구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최다 볼넷 상위 19명이 내준 볼넷은 213개다. 전체 투수 177명 중 10.7%가 전체 볼넷의 26.2%를 허용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상위 19명이 내준 볼넷은 630개 중 189개로 전체의 30%였다. 올해 편중 현상이 완화된 건데 이는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제구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볼넷 뿐만이 아니다. 올시즌 경기당 실책도 1.527개로 지난해 1.315개에서 16.1%가 증가했다. 야수들의 수비력도 떨어졌다는 얘기다.
볼넷과 실책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디그롬의 말이 아니더라도 현장 지도자들의 간섭이 이럴 땐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