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달갑잖은 꼬리표,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형님 강민호는 올림픽에서 '강단'을 보여준 바 있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1점 차로 앞서던 9회말 심판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이없는 퇴장을 당했다. 당시 20대 중반을 앞둔 프로 5년 차 포수에겐 팀에 폐를 끼쳤다는 자책과 황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러나 강민호는 더그아웃을 향해 글러브를 힘껏 집어 던지며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던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베이징 금빛 환희를 완성한 명장면 중 하나였다.
아우 양의지의 넉살과 배포도 만만치 않다. 2019년 NC 유니폼을 입은 뒤 포수 한 명이 팀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몸소 증명했다. 어린 투수가 흔들리자 마운드 위로 터덜터덜 걸어가 "점수 줘도 괜찮아, 형이 홈런 쳐줄게"라고 농을 친 뒤, 이어진 공격에서 진짜로 담장을 넘기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상대를 철저하게 파고드는 집요함, 분위기를 바꿀 줄 아는 센스 모두 KBO리그 최고의 포수라는 타이틀에 손색없다.
강민호와 양의지 모두 대표팀에서 풍부한 국제 대회 경험을 쌓았다. 정보가 적은 상대와의 승부, 단기전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상대 타자의 습성을 파악하고 임기응변에도 능한 편. 절반 이상이 첫 성인 대표 출전인 투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김경문호가 또 한 번의 역사를 쓸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