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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마음 얻기 위한 단장들 발품, 대형스타 영입에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SC핫포커스]

기사입력 2021-12-31 10:27


장정석 단장(왼쪽)과 나성범.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장정석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11월 24일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에 선임됐다.

첫 출근은 이틀 뒤인 11월 26일이었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2층 단장 집무실로 첫 출근하기 전 새벽에 했던 일이 있다. FA 시장이 처음으로 열린 날, 26일 0시 '자유계약(FA) 최대어' 나성범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영입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실무진이 이날 오후 나성범을 만나러 창원으로 간다는 소식에 첫 출근임에도 함께 창원으로 향했다.

이후 KIA가 나성범에게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총액을 제시한 건 지난 7일이었다. 역시 대면 협상 테이블에서 조건 제시가 이뤄졌고, 전체적인 조건에 합의를 이뤘다. 이후로는 만나지 않았다.

나성범도 "장 단장님이 취임하고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26일 0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주시고, 오후에는 직접 창원까지 날 보러 오셨다. 여기서 정성이 느껴졌다. 솔직히 이런 부분은 기대하지 못했는데 정말 그렇게 해주셔서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KT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앞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우승트로피와 함께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1.14/
단장이 선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사례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또 나왔다.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병호의 마음을 얻은 이숭용 KT 위즈 단장이었다.

KT가 박병호에게 처음으로 접근한 건 지난 11월 말이었다. 당시 제주도에 있었던 박병호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 단장은 묵묵하게 한 달을 기다렸다. 주로 전화통화와 문자 메시지로 컨택하던 이 단장은 기다림이 길어지자 승부수를 띄웠다. 박병호가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집 앞까지 찾아갔다. 당시 이 단장은 식사를 하면서 박병호가 키움을 생각하는 마음과 이적 사이에서 하는 갈등과 고민을 공감했다.

이 단장은 "박병호의 의사를 존중했다. 끝까지 친정팀과 의리를 지키고 싶어하는 박병호에게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는 우리가 정한 데드라인까지 키움과 대화를 계속했다. 끝까지 의리를 지키려는 박병호를 보고 참 멋진 선수라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았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통합우승팀 KT의 제안을 받고 사실 마음이 뒤숭숭했다. 내가 정말 키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내 성적이 좋진 못했다. 다만 KT에선 '에이징 커브'로 판단하지 않았다. 아직 활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주셨다.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FA 시장에서 중요한 건 '돈'이다. 얼마나 그 선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줬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다만 대형스타의 마음을 사려면 '정성'이 더해져야 한다. 단장의 발품이 '스타 영입'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입증된 2021년 스토브리그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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