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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일본으로 건너간 KBO리그 MVP들이 줄줄이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 판도가 다시 바뀌게 될까.
한신 타이거즈에서 뛰던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팀을 떠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알칸타라는 소속팀 한신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지난 12일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갔다. 포스트시즌과 상관 없이 출국했다는 것은 사실상의 재계약 불발 통보다. 알칸타라는 구단을 통해 "생각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서 유감"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KBO리그를 재패한 후 야심차게 일본으로 건너간 두 사람이다. 알칸타라는 2020시즌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의 성적을 기록했다. 로하스 역시 KT 위즈 소속으로 4년을 뛰면서 132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2020시즌에는 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한신 계약 직후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팀 합류부터 힘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일본 무대를 밟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알칸타라는 두산이, 로하스는 KT가 보류권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 복귀를 원한다면 해당 팀들하고만 논의를 할 수 있다. 두산과 KT도 이들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로하스와 알칸타라 뿐만 아니라 또다른 KBO리그 MVP 출신 타자 에릭 테임즈도 일본 무대에서는 실패했다. 테임즈의 경우, KBO리그 성공 후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계약하면서 일본으로 간 케이스다. 또 또 지난해 요미우리에서 첫 경기에 나가자마자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부상을 입으면서 사실상 시즌 아웃이 됐고, 8월말 방출되는 허무한 결말이 나왔기 때문에 온전한 실력으로써의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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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꾸준히,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은 일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다니엘 리오스가 시작이었고, 릭 밴덴헐크, 데이비드 허프, 앤디 밴헤켄, 야마이코 나바로, 윌린 로사리오, 제리 샌즈 등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으로 떠났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밴덴헐크고, 샌즈 역시 나쁘지 않은 활약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었다.
하지만 로하스와 알칸타라의 실패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주춤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나 로하스의 경우, KBO리그에서 '반짝' 활약을 펼친 선수가 아니다.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타자였다. 한신으로 가기 직전 시즌 타격 4관왕(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에 올랐었다. 그러나 일본 진출 이후에는 데뷔 21타석 연속 무안타라는 굴욕을 겪은 끝에, 평균 이하의 성적을 2년 연속 기록했다. 워낙에 투고타저인 일본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거포에 대한 갈증이 있고, 그 갈증을 외국인 타자를 통해 해갈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로하스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났지만, 결과는 참패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다.
알칸타라 역시 마찬가지다. 밴덴헐크 이후 뚜렷하게 눈에 띄는 KBO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무대에서 선발 투수로써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도전을 멈추게 됐다.
일본 구단들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한국 전담 스카우트를 두지는 않는다. 다만, 관심이 있는 선수에 한해 한 시즌에 몇 차례 스카우트를 비정기적으로 파견해 관찰한다. 올 시즌의 경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이상 LG), 윌머 폰트(SSG)를 눈여겨 보고 있다. 그러나 로하스와 알칸타라의 실패는 일본 구단들의 움직임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육성형 외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일본 구단들은, 최근 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들보다 자체적으로 발굴한 성공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KBO리그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재계약을 고려할 때, '큰 돈'으로 뛰어드는 일본 구단과의 경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웃픈' 상황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