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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유격수로 풀타임 활약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100억원 가까운 규모가 될 줄 알았지, 이렇게 많은 금액이 발표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오지환을 평가 절하하는 게 아니라, 그의 나이 때문이다.
1990년생 오지환은 이제 한국 나이로 34세가 됐다. 지난 FA 남은 1년을 채우고, 내년부터 새로운 6년 계약이 시작된다. 다시 말해 35세부터 40세에 적용되는 계약이다.
LG가 오지환에게 이런 거액을 안겨준 이유는, 유격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서다. 오지환이 갑자기 3루나 1루로 가는 시나리오라면 이렇게 많은 돈을 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LG는 오지환이 최소 4~5년 동안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지환은 2009년 데뷔 때부터 큰 부상 없이 매 시즌 풀타임 소화를 해왔다. 선천적으로 튼튼하고, 몸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정신력도 좋다. 3년 전 30대 초반 나이에 얻은 첫 FA 기회. 당시 4년 40억원이라는, 자신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계약을 했음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30대 중반에도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히려 더 열심히 야구를 했다. 그 무렵 가족이 생겨 책임감이 더해진 것도 야구에 더 매진할 수 있는 요소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선수의 야구가 더 늘고 있다며, 오지환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LG의 주전 유격수가 되며 스타가 됐다. 물론, 인기팀 LG의 유격수로 늘 2% 부족한 모습에 많은 비난도 받았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거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철부지'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진지하고 점잖은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LG의 주장으로 호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아픔이 많은 선수였는데, 그 아픔을 독기로 승화시키더니, 일생일대의 큰 보상이 주어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