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건드려진 '역린', 태극마크 달 '파이어볼러'는 언제 등장할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3-01-24 11:19 | 최종수정 2023-01-24 11:32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은 만 29세가 돼야 해외 진출 조건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SSG 랜더스 추신수가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소신 때문이다. 추신수는 학폭 논란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서 제외된 안우진에 관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야구 선배들이 안우진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추신수는 개인 생각을 밝힌 것이지만, 현장을 뛰는 선후배 선수나 지도자 가운데 추신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부류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추신수는 일종의 '역린'을 건드렸다. 본인도 여론의 용서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안우진은 여론의 도마에 또 올랐고, 용서와는 거리가 더 멀어졌다.

안우진은 한국 야구사에 사실상 처음 등장한 파이어볼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명멸해갔지만, 안우진처럼 스피드와 제구, 내구성을 겸비한 선발투수는 없었다.

물론 확률적으로 한 시즌 '반짝'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전문가들 대부분은 그가 10년 이상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군림할 것으로 예상한다. 타고난 피지컬, 유연한 투구폼이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김인식 전 대표팀 감독도 2019년 3월 본지 창간 인터뷰에서 안우진이 KBO 역사를 대표할 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안우진의 직구 구속은 최고 157.5㎞, 평균 153.4㎞였다. 마일법으로 환산하면 각각 97.9마일, 95.3마일이다. 작년 전체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93.9마일이었던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25%에 드는 스피드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팬그래프스는 2023년 한국과 일본, 중남미 등 국제 유망주 랭킹에서 안우진을 전체 13위, 투수 4위로 평가했다. 이번에 뉴욕 메츠에 입단한 일본인 투수 센가 고다이를 빼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에 이어 3위다. 메이저리그가 잔뜩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안우진이 자유롭게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는 시점은 만 29세가 되는 2028년 시즌 이후로 보여진다. 안우진은 지난해까지 풀타임 3시즌을 마쳐 구단 허락이 필요한 7시즌은 2026년 말이나 돼야 충족된다. 여기에 그는 병역 의무가 남아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3년 자격정지 징계에 따른 대한체육회 규정상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출전이 영구히 금지돼 병역 혜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맘속에 품고 있다면 이게 안우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다.


다만 대표팀 차출이 가능하려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해당 징계를 취소하거나, 징계 무효소송을 벌여 승소해야 한다. 그러나 둘 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번 일로 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WBC 각 국 대표팀에는 100마일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는 에이스들이 즐비하다. 당장 B조에서 만나는 일본은 사사키 로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최고 100마일 직구를 뿌려댄다. 도미니카공화국 샌디 알칸타라, 미국 네이선 이발디, 베네수엘라 파블로 로페즈는 물론 쿠바 대표팀 투수들 중에도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들이 수두룩하다. 동서고금을 막론, 스피드는 최고의 무기다.

한국 대표팀 마운드는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김광현 양현종에 의존하는 로테이션이 유력해 보인다. '영건' 선발투수로 소형준 이의리 원태인 구창모 등이 꼽히지만, 다른 나라 에이스들과 구속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강속구를 맘껏 던질 수 있는 한국 대표팀 투수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 한화 이글스 문동주, 이번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하는 심준석 등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