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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개막한 지난 25~26일(이하 한국시각) 투수와 타자들은 새로운 규칙에 매우 혼란스러했다.
26일 플로리다주 노스포트 쿨투데이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6-6 동점인 9회말 2사 만루서 애틀랜타 좌타자 칼 콘리가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해 그대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존 립카 주심이 콘리가 투구 제한시간 8초가 남을 때까지 타석에서 들어서지 않자 삼진을 선언한 것이다. 콘리는 영문을 모르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은 경기 후 "이런 룰들을 왜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지를 잘 알려줬다.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바로 오늘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LA 에인절스 포수 맷 타이스는 "일단 익숙해지면 좀더 여유가 생기고 모든 선수들이 평상시대로 하게 될 것이지만, 피치 클락은 좀 다르다"고 했다. 피치 클락의 경우 투수와 타자 모두 적응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란 뜻이다.
이에 대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난 대기 타석에서 타석까지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룰에 따르려고 노력 중이다. 타석에 빨리 들어서려고 하는데 그래야 타격 준비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느끼는 생소함, 불편함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어차피 적응의 문제다. MLB는 선수들이 한 달여 간의 시범경기를 통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LB에 따르면, 지난해 먼저 피치 클락을 시행한 마이너리그에서 90%의 선수들이 한 달 이내에 적응을 완료했다고 설문 조사에서 응답했다. 피츠 클락 위반 사례도 시행 첫 주 게임 당 1.73회였는데, 6주째에는 0.53회로 줄었다.
그렇다면 피치 클락이 가장 신경쓰이는 선수는 누구일까. 아마도 '유일한' 투타 겸업 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선발등판하는 날에는 마운드와 타석에서 모두 새 룰에 신경써야 하니 2중고가 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가장 큰 변화는 새롭게 도입되는 피치 클락 룰이다. 현재로선 나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투구 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시즌에 맞춰 잘 준비할 것"이라며 우려와 다짐을 동시에 나타났다.
'투수'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투구 간격이 매우 긴 편에 속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오타니의 투구간 평균 시간은 주자가 없을 때 21.7초, 있을 때는 26.9초 나타났다. 조사 대상 투수 759명 중 주자 없는 경우 681위, 주자가 있는 경우 726위다. 그만큼 투구간 시간이 길다는 뜻. 특히 주자가 있을 때 30초 이상 걸리는 경우도 29.9%나 됐다.
반면 타석에 서는 속도는 빠른 편에 속한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를 포함해 일본 출신 투수들은 잘 준비돼 있다. 모든 가능한 상황에 잘 대처하고 부지런히 적응한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오는 3월 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시범경기 첫 등판을 하는데, 피치 클락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