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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치 작정이라도 한걸까.
흔치 않은 국제 대회, 숙명의 한-일전이기에 이들이 불타오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연일 이어지는 반응은 과도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다.
이번 대회에 나선 일본 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합류했고,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일본 프로야구(NPB) 최고의 선수들이 망라됐다. 공수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갖춰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강철호에 분명 앞선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게 'WBC에서의 한국'은 껄끄러운 기억이 대단히 많았다.
일본은 WBC 초대 챔피언에 오른 2006년 대회 1~2라운드에서 잇달아 한국에 패했다. 2라운드 패배 뒤엔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멕시코-미국 동반 탈락으로 기사회생했다. 준결승에서 한국을 이기고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을 만했다. 스즈키 이치로 및 NPB 최고의 선수를 내세우고도 한국에 두 번이나 덜미를 잡힌 건 일본에게 '충격'이라 할 만했다.
2009년 대회도 마찬가지. 안방 도쿄돔에서 첫 맞대결을 14대2, 7회 콜드승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1라운드 최종전에서 한국에 영봉패(0대1)를 당했다. 준결승 진출이 걸린 2라운드 첫 맞대결에서도 1대4 패배를 당한 일본은 1, 2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결승전에서 한국에 9회말 동점을 내주고 끝내기 패배 위기까지 몰렸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선 앞선 두 대회에서 한국이 승리를 거둔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던 장면을 회자하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비단 네티즌 뿐만 아니라 일본 야구계에서도 한-일전 때마다 WBC에서의 기억이 소환돼 왔다. 이런 기억들이 이강철호를 향한 경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다.
역대 최강 사무라이 재팬, 이강철호에겐 높은 벽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지난 두 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일본이라는 벽을 넘어왔다. 다가올 한-일전,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 또 한 번의 악몽을 선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