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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설상가상이다. 도쿄 참사 속 벼랑 끝에 몰린 한국야구.
논란의 중심은 김원중(롯데) 정철원(두산) 원태인(삼성)이다. 김원중과 정철원은 호주, 일본, 체코전까지 3경기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의 핵이었던 두 선수는 대회 전 3월 초에 실시한 SSG, 오릭스, 한신과의 연습경기에도 출전했다. 6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총 40~60구 정도를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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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신과의 연습경기에서 27구를 던진 그는 본선에서 9일 호주전 26구, 10일 일본전 29구를 소화했다. 4일 간 3경기에 등판해 총 82구를 던진 셈. 이틀을 쉬고 다시 중국전에 선발 출격한다.
하지만 등판 빈도가 거의 없는 투수들이 있는 탓에 롯데 두산 삼성 팬들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부상과 페이스 조절 실패 탓이다. 여기에 3타자 상대 규정까지 겹치면서 특정 투수 의존이 심해졌다.
LG 고우석은 대회 직전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같은 팀 정우영 김윤식은 페이스가 좋지 않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페이스가 더딘 NC 구창모와 KIA 양현종 이의리, KT 소형준도 단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믿었던 5명의 좌완 투수 중 무려 4명의 페이스가 좋지 못하다. 경기 후반을 책임져 줘야 할 불펜 핵 고우석 정우영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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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정철원이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불편한 듯 팔을 만지는 장면이 팬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팬들은 온라인상의 불만을 넘어 조직적으로 항의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재 가능한 구위의 투수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를 억지로 올려 패배를 자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조건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마운드에 올라가 동네북으로 전락하면 경기 흐름이 그 순간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상황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한국이 대회에서 선전했다면 이 모든 논란이 애국심에 묻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기력과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 속 대한민국이란 구심점을 잃은 팬심이 각 구단으로 뿔뿔이 흩어져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정구단을 책임지고 있는 비 전임 대표팀 감독 체제의 치명적 단점 중 하나다.
의도나 현장 상황에 관계 없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참사 속에 분열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야구. 그야말로 안 되는 집안의 전형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